[생활속 과학이야기]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

이홍기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필자는 다큐멘터리에서 호모 사피엔스(사람)가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종이라는 저명한 생물학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식하고 유대관계를 맺으며 일상의 행복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 없던 반려동물을 위한 사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으며, 관련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 제일 큰 변화는 의료분야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수의사이자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반려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고,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2021년부터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CAND융합연구단)에서 동물용 의약품 개발을 위한 소재 발굴부터 효능평가와 대량생산(GMP) 등에 이르기까지의 전 주기에 걸쳐 실증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AND융합연구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출연연구기관, 대학, 산업체가 참여한 융·복합 연구단이다. 내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인체 의약품을 반려동물에 사용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이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대다수의 동물용 의약품은 인체 의약품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 동물들의 생물학적 동등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물은 인간과 달리 수많은 종들이 존재한다.

반려동물 중 개만 보더라도 수많은 아종이 존재한다. 다양한 아종이 존재하다 보니 동물용 의약품 개발 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의약품은 인체 의약품과 달리 여러 종에서 사용하게 된다. 이른바 '개아빠'뿐 아니라 '냥집사'를 위한 약물도 필요하다. 이처럼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간 차이를 고려해 평가하고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은 반려동물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독자들은 원헬스란 개념을 어렴풋이나마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인간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의 건강 사이가 상호 의존적이라는 개념이다. 즉,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같이 변종 감염병의 경우 대다수는 동물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에서 이러한 전염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국민 건강과 보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와 같은 질병 발생을 동물 단계에서 예방하게 되면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 연구가 사회·보건학적으로 중요하기도 하지만 반려동물 의약품 산업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잠재력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휴머니제이션 문화가 국내에 정착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과거처럼 경제적 이유로 반려동물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적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 연구는 국가 차원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올해 과학기술 주도의 지역혁신을 위한 연구사업인 '메가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반려동물용 의약품과 펫푸드 개발 체계 구축과 관련 산업체의 기술 산업화를 도울 예정이다. 특히, 다양한 종의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 원천기술을 확보해 이를 통해 지역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 반려동물용 의약품 개발 연구가 시작 단계지만 향후 실용화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새로운 일상과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 메가급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를 위한 메가 프로젝트는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