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재참전 약속 16개국의 70년 전 ‘워싱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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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된다는 윤 대통령의 한국자유총연맹 축사 발언에는 70년 전 워싱턴 선언대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병력과 무기를 신속히 한반도에 투입할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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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말처럼 ‘자동 개입’은 불투명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행사 축사는 전 정부를 향한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반국가 세력”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된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유엔사는 평시에는 ‘정전협정 관리자’ 구실을 하지만, 유사시에는 ‘전력제공자’(Force provider) 구실을 한다.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도 주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을 활용해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장비·물자 등을 한반도까지 전개해 한미연합사에 제공한다.
이런 유엔사의 전력제공 기능은 70년 전 ‘워싱턴 선언’에 기초한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핵우산을 논의하는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했는데, 이에 앞서 한국전쟁이 멎던 1953년에도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튀르키예(터키) 등 16개국 대표는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워싱턴에서 “만약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한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선언’(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1954년 11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발효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은 침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고 이를 위한 핵심적인 2개 장치가 워싱턴 선언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된다는 윤 대통령의 한국자유총연맹 축사 발언에는 70년 전 워싱턴 선언대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병력과 무기를 신속히 한반도에 투입할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1953년의 워싱턴 선언을 되살리려고 한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올해 말 유엔사 병력제공국이 참석하는 국방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군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유사시 유엔사의 전력제공자 임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현실을 따져보면 이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반도 유사시 재참전을 결의한 16개 참전국의 ‘워싱턴 선언’은 강제의무가 발생하는 조약이 아니다. 국제법적으로 구속력도 없다. 1953년 워싱턴 선언을 할 당시 참전국들은 한반도 정전체제가 70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워싱턴 선언의 성격은 길어야 1~2년 안에 북한의 재침공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대북 경고 메시지 발신이었다.
아울러 16개 참전국 가운데 미국을 빼면 나머지 나라들은 이미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한 상황이다.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자국 내 참전 반대 여론과 대량 인명 피해 같은 부담을 감수하고 한반도 유사시 실제 참전할지는 미지수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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