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적자 늪 빠진 대중국 무역…정부는 ‘무대책’

박순빈 2023. 7. 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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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물품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항만 야적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한-중 교역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무역수지 흑자 창출에 기여해온 중국이 대규모 적자를 떠 안기는 국가로 뒤바뀌었다. 지난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11억3천만달러 흑자를 달성했지만, 대중 교역에서는 전체 흑자액보다 더 많은 적자가 발생했다. 수출로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를 중국에 바친 꼴이다.

이 때문에 올해 새로운 연간 기록이 세워질 가능성도 크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첫 연간 대중 무역수지 적자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 수출이 회복 흐름을 타고 성장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나아가 대중 무역 역조의 고착화 우려마저 나온다.

■ ‘흑자의 텃밭’에서 ‘적자의 늪’으로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증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가다. 9일 관세청 통관기준 수출입 통계를 보면, 2010년 이후 2021년까지 11년 동안 대중 교역에서는 연평균 455억9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연평균 540억7천만달러)의 84.3%를 차지했다. ‘사드 사태’ 역풍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교역 여건의 악재가 겹친 문재인 정부 5년(2017~2022년) 동안에도 연평균 353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대중 교역에서 냈다.

그러나 최근 교역 상대국으로서 중국의 지위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대중 교역은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월간 흑자 기록이 한번도 없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21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에서 3위였다가 지난해에는 흑자가 대폭 쪼그라들며 22위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이 최대 적자국에 올랐다. 국가별 통계가 집계된 5월까지 누적 수지를 보면, 중국이 -118억3천만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116억달러)를 제치고 적자국 1위이다. 우리나라 무역 역조의 단골 국가인 일본(-89억9천만달러)보다도 더 많은 적자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이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T) 부문 중간재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 전체 수출 실적(-12.3%)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반면에 상반기 우리나라 대중 수입은 5% 줄어 전체 감소율(-7.7%)을 밑돌았다. 특히 정밀화학, 건전지·축전지 원료 등 산업용 원자재와 컴퓨터, 전기기기 등 중국으로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은 수입이 늘어 적자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선임연구위원은 “대중 무역수지 감소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대중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같은 중간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몇해 전부터 주요 품목에서는 중국이 자체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혁진 인천대 교수(중국학)는 “우리나라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의 착시 효과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교역 품목에서는 무역 역조가 이미 7~8년 전부터 굳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 확대 총력전 선언한 정부 “대외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의 원천인 수출 확대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된 지난 4일, 대통령 주재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수출 확대를 위해 각 부처가 후속 조처를 챙기고 점검하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문제는 관련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실효성 있는 대중국 수출 확대 전략이나 정책 과제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종전 1.6%에서 1.4%로 낮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반기 수출 반등과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전제로 한다. 앞서 한국은행도 하반기 260억달러 안팎, 연간으로는 24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제로 1.4%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반기에 월 평균 4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내야 달성 가능한 성장률이다.

관건은 대중 수출 회복을 통한 무역수지의 개선이다. 이혁진 교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활력을 되찾지 못하면 안정적인 수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중국 교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민관 합동의 전략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신 선임연구위원도 “대중 수출을 늘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도모하려면 중국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소비재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고, 기존의 상호 보완적 교역 관계는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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