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댓구’ 오태경 “외롭고 무서웠지만...대표작 확신”[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7.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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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출신’ 부담감 느낀 적 없어...긴 기다림 때론 서글펐을 뿐”
배우 오태경이 ‘좋댓구’로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I 키다리스튜디오
“기다림 끝에 만났습니다. 제 연기는 부족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고요. 제 새로운 인생작이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웃음)”

더이상 추억의 얼굴이 아니다. 배우 오태경(40)의 완벽한 귀환이다. 새로운 도약을 알릴 그의 인생작, ‘좋.댓.구’(감독 박상민, 이하 ‘좋댓구’)를 통해서다.

그의 스크린 컴백작, ‘좋댓구’는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 아역으로 한 때 이름 좀 날렸던 배우 오태경(오태경 분)이 유튜브의 노예로 떡상길을 걷던 중 한순간에 ‘주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하이퍼리얼리즘 라이브 무비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그는 “재밌을 것 같았지만 실제 나의 모습, 배경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부담감이 있었다. 이런 저런 걱정에 처음엔 선뜻 결정하지 못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안 할 이유가 없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촬영 전 준비할 때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유튜버들의 영상도 찾아보고, 만나 뵙기도 하고, 치밀하게 연구도 했다”며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텐션을 유지하면서, 혼자 밀당을 계속 해야 하다보니 중간 중간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감독님과 저를 비롯해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리얼리티와 영화적 재미 사이에서 적절한 수위를 찾아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좋댓구’ 오태경. 사진I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다리스튜디오
극 중 대중에게 잊혀진 아역 스타 출신 오태경은 인생 굴곡을 거쳐 재도약을 위해 유튜버의 길로 들어선다. 첫 시도는 폭망이었지만, 야심찬 재도전은 달랐다. 자신의 인생작을 활용해 이른바 ‘리틀 오대수’로 돌아온 그는 구독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다 10만원의 후원금을 내건 한 열혈 구독자의 부탁으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1인 묵언 시위 중인 ‘존잘 피켓남’을 만나게 된다. 피켓남의 숨은 사연에 온라인이 들썩이고, 오태경은 단숨에 떡상의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작 논란으로 다시 떡락의 길로 접어들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은 폭주한다.

자신의 이야기인듯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리틀 오대수’로 분한 오태경의 얼굴은 반갑고, 연기는 탁월하다. 리얼한 배경, 흥미로운 소재, B급 유머, 예측 불허의 빠른 전개, 센스만점 연출까지 조화롭다. 유튜브 속 진실과 거짓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면서도, 구독자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담고 있다.

오태경이 ‘좋댓구’로 오랜 연기 내공을 뽐냈다. 사진I 키다리스튜디오
작품 공개 후 평단은 호평 일색, 그의 연기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오태경은 “이 영화의 미덕도, 큰 힘도, 모두 감독님의 완벽한 세계관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의 확신과 우직함, 기발하고도 뚜렷한 세계관이 치밀하게 뭉쳐져 ‘좋댓구’가 됐다.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했다.

80분의 러닝타임 중 70분 이상을 홀로 끌고 가는 ‘절대적 분량’에 대해서는 “극한의 외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오태경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었다. 상황에 몰입할수록 한 편으로 무서워졌다. 연기란 게 서로 앙상블을 이뤄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나아가야 하는데 계속 혼자이다 보니 외로워지고 확신도 줄어들더라”라며 “중반부 넘어가면서 한 번은 멘탈 붕괴가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대부분 혼자인데다 원테이크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책임감이 컸어요. 너무 힘들 땐 갑자기 중단하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오곤 했고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함께 계셨고, 토닥여주셨죠. 처음 경험하는 힘듦, 괴로움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후반부 몰아치는 감정신이다. 극 중 오태경의 심경과 실제 오태경의 심경이 뒤섞여 묘한 감정을 느꼈단다. 속으로 했던 말과 실제로 뱉은 대사는 물론 달랐지만 일면 겹쳐지는 구간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 또한 아역 배우 출신이라 긴 세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 아역 배우의 꼬리표가 부담이 되고, ‘족쇄’라고 여긴 적은 없지만 늘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간절히 바라왔다. 연기에 대한 갈증, 공동 작업에 대한 책임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태경은 ‘좋댓구’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당당히 소개했다. 사진I 키다리스튜디오
“당장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왔어요. 어릴 때도, 지금도요. 변신, 역할 등의 갈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줄 알았고요. 한 번도 제 이력이 싫거나 그걸 족쇄라고 여긴 적은 없어요. 다만 기다리는 시간은 늘 쉽지 않았죠. 서글플 때도 있었지만 잘 버텨온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났잖아요?”

오랜만에 실컷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으니, 두려움과 동시에 행복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그는 “무섭다”고 했다.

오태경은 “내 이름을 건 영화가 나와 기분이 좋긴 하지만 오롯이 제가 모든 걸 끌고 간다는 게 무겁고 무섭다. 나를 모르는 분들이, 관객분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고도 두렵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불어 “우리 영화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칭찬이 단 한 개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정말 소중한 작품을 만났습니다. 제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을 했고요. 어떤 의미로든 오태경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애정하고, 부끄럽지 않은 매력적인 영화예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댓.구’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에 올랐고, 제21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도 초청됐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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