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맥주 벌컥벌컥?… ‘통증의 왕’ 통풍 주의보

정진수 2023. 7. 10.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8월 발병 2월보다 24% 더 많아
혈액 내 요산 농도 높아지며 심한 통증
대부분 엄지발가락 시작… 부위 확대
재발 많아… 꾸준한 관리·치료 중요
체중·식이조절·운동 등 습관 교정
맥주 등 금주… 우유·채소 섭취 권장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질 때면 많은 사람이 갈증 해소를 위해 ‘시원한 맥주’를 찾는다. 그러나 맥주를 너무 자주 마시다간 불에 덴 듯한 통증의 왕인 ‘통풍’을 만날 수 있다.

통풍환자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39만5154명이었던 통풍 진료환자 수는 2021년 49만2373명까지 약 25% 증가했다. 특히 7∼8월 여름철의 환자가 많았다. 지난 3년(2019∼2021년)간 월별 환자 수를 보면 7, 8월은 36만명을 훌쩍 넘겨 2월(29만7271명)에 비해 24% 많았다.
◆바람만 불어도 아픈 ‘통증의 왕’ 통풍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생긴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이나 힘줄 등 조직에 침착되는 질환이다. 뾰족한 모양의 요산염 결정으로 인한 통증이 극심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痛風)’는 이름이 붙었다.

통풍은 단계를 밟아서 발전한다. 시작은 고요산혈증. 혈중 요산 수치가 7.0mg/dl 이상인 상태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고요산혈증 환자 중 5% 정도에서만 통풍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혜민 교수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이 모두 급성 통풍관절염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서 약물치료(요산강하제) 대상은 아니다”라며 “다만 무증상 고요산혈증 기간에 요산 농도가 높게 유지될수록 통풍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체중 조절, 운동, 식이 조절 등 생활습관 교정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요산혈증이 오랜 시간 계속되면 급성 통풍 발작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발이 부어오른다. 초기에는 통증이 특정 관절 한 곳에 집중되지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러 부위로 통증이 확대된다.
많은 환자가 첫 발작 이후 통증이 개선되면 이후에 관리와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통풍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첫 발작 이후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 요산강하제 처방을 받으면 증상이 없어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통증이 생길 때만 복용 시 오히려 통풍이 악화할 수 있다.
정혜민 교수는 “급성 통풍관절염은 1~2주 심한 통증이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이내 80% 이상 재발한다”며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하면 관절 손상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치료를 통해 손상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퓨린? 요산? 피해야 할 음식은?

통풍 예방을 위해서는 유발 물질인 요산을 피해야 한다. 보통 요산은 필수 아미노산인 퓨린의 대사 과정 후 남는 최종 산물로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문제는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신장 기능 이상으로 요산이 잘 배출되지 못할 때다. 통풍의 90%는 남성이지만, 폐경 후 여성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것은 요산 배출을 돕는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

금기 식품은 맥주를 비롯한 모든 술이다. 알코올은 요산이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이뇨 현상으로 몸속의 수분을 줄어들게 해 요산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특히 맥주의 경우 효모에 퓨린이 많이 포함돼 요산으로 직결되는 만큼 꼭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간, 곱창 등 고기 내장류, 인공과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다. 우유,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채소 등은 퓨린이 적게 함유돼 통풍 환자에게 좋다.

고혈압, 복부비만,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등의 대사증후군이 있는 젊은 남성이라면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올 초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은영희 교수 연구팀이 2009년~2012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남성 356만 명을 대상으로 7년여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대사 증후군이 없는 사람에 비해 통풍의 발생 위험이 2.4배 높았다. 특히 만성적으로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에 비해 통풍 위험이 4배 가까이 높았다.

은영희 교수는 “대사 증후군이 젊은 남성에서 통풍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며 “통풍의 예방을 위해서 평소 대사 증후군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