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근 우리경제, 경기 저점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최근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그동안 경기 하방을 주도했던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하는 데다 서비스업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경기 흐름을 유지한 정부 전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10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다루었다. 이번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4회 연속으로 현 기준금리 수준(3.50%)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같이 다루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7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달 동향 발표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이달에는 한발 더 나아가 경기 반등의 시작점인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경기 저점’이라는 진단은 하강하던 한국경제가 바닥을 형성한 뒤 반등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진단의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진 완화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 3월에 0.7%, 4월에 1.3% 각각 감소했다가 5월에 8.1% 반등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0% 감소해 전월(-15.2%)보다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58.3% 늘어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제조업은 평균가동률(70.9%→72.9%)이 소폭 올랐는데, 재고율(130.1%→123.3%)도 떨어지면서 부진한 흐름이 다소 완화됐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는데, 제조업 출하가 6.1% 증가하면서 재고율은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재고율은 전월보다 출하가 19.0% 증가하면서 전월(265.8%)보다 낮은 229.5%를 기록했다.
KDI는 “반도체는 3월 이후 생산 감소폭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수출물량도 증가로 전환됐다”며 “자동차의 높은 생산 증가세가 이어지고 화학제품과 전자부품의 부진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내수는 양호한 모습을 이어갔다. 5월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0% 늘며 전월(2.9%)에 이어 증가세가 지속됐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13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해 호조세를 이어갔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7% 올라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축소되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세도 둔화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는 하락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물가상승세 둔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수도·가스(23.2%→25.9%)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반영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주요국의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하방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
KDI는 “서비스업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용 여건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했다”면서도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밝혔다.
9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뒤 2월과 4월, 5월에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는 우선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내려선 점이 주요 근거로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달 초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1.6→1.4%) 낮춰 잡았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금통위가 다시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부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 및 예금 인출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 시 자금 경색 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도 동결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준금리 동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까지 커지게 되지만, 시장에선 현재 환율 수준이나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등은 없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 역시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윤지호 BNP파리바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며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고착화된 근원물가를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파적 어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날 ‘은행 예대율 규제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개별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예대율 규제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예대율 규제의 효과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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