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한방이 없네”…악수는 했지만 화해는 못한 美中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7. 1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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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협의...관계구축 발판 마련
옐런 “디커플링은 재앙...일부 진전”
반도체·광물 등 핵심 갈등 여전
美, 컨설팅社 강제조사 정면비판
中, 대만해협서 무력시위 이어가
악수하는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AP = 연합뉴스]
미국의 경제사령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방중기간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했지만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와 광물수출 통제 문제 등 양국간 핵심 갈등 현안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못했지만 양국 고위급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점차 안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옐런 장관은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디커플링은 미국의 대중 정책은 아니라는 점을 이번 방중기간 내내 언급한 것에 이어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옐런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계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크다”는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관계를 언급할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로, 중국을 방문한 옐런 장관이 이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 간 소통의 채널을 공고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보다 확고한 관계 구축의 발판을 만드는 일에 다가섰다”며 “이번 방중 협의가 중국의 새 경제팀과 회복력있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 당국자들과 10시간 넘게 양자 협의를 했으며, 이번 방중 협의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이번 방중 협의에서 미중 갈등관계의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했지만 갈등 속에서도 미중관계가 파국으로 흐르진 말아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미중 관계를 어렵게 했던 정찰풍선 문제가 사실상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허 부총리는 옐런 장관에게 “비행선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중미 관계, 특히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 이행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뚜렷한 방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중 양국간 핵심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중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고율 관세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쟁점에선 아직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옐런 장관이 전날 만난 ‘2인자’ 리창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중국 측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현재의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 역시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억제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미국은 우리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표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고위급 회담과는 별개로 대중 압박 조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사흘 간 대체로 유화적인 어조를 취했지만 이날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조치를 취한 중국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 지적재산권 문제와 비(非) 시장적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들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중국 공안 당국이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 등에 대해 강제 조사에 나선 일 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됐다.

양국 간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채 방중 협의가 마무리된 가운데 미중 관계의 또 다른 난관이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해당 조치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새로운 행정명령은 몇 가지 부문에 대해 ‘고도로 표적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새 행정명령은 반도체, 인공지능 AI, 양자컴퓨터 산업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옐런 장관 방중 기간에도 대만해협에 군용기와 군함을 보내는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미국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일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0대와 군함 6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 10대 가운데 SU-30 전투기, Y-8 대잠초계기, Y-8 전자전기 등 3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 공역에 진입했다가 중국 공역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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