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3G 만에 존재감 폭발! 두산, 또 보상선수 대박 터지나?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터닝포인트라 생각합니다"
두산 베어스 박준영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1차전 홈 맞대결에 3루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경기 시작부터 감이 나쁘지 않았던 박준영. 그는 2회 첫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정찬헌을 상대로 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박준영은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고, 이번에도 정찬헌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운까지 따랐다. 박준영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에 키움 좌익수 박주홍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는데, 타구가 뒤로 빠지면서 2타점 3루타로 연결됐다.
가장 좋은 결과는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박준영은 6-2로 추격을 당한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키움의 바뀐 투수 하영민의 5구째 137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로써 '힛 포 더 사이클'에 2루타만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기록했고, 더 이상의 타격 찬스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진기록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박준영이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결과 두산이 지난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6월 14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1851일 만에 8연승을 달리는데 선봉장에 섰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3안타 경기는 여러차례 있었으나, 수많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로 연결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네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치면 '힛 포 더 사이클'을 완성하는 것은 알고 있었던 상황. 아쉽진 않았을까. 박준영은 "크게 생각은 없었다. 팀이 연승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 되게 뿌듯하다"며 "2루타만 남은 것은 알고 있었다. 형들과 코치님들이 계속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가서는 그런 생각은 안 했고, 출루만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홈런을 친 이후에는 '무관심' 세리머니까지 받았다. 박준영은 "홈런을 치면 형들이 무관심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고, 최대한 세리머니가 들어와도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재밌게 받으려고 했다"며 "느낌상 제대로 맞은 타구가 아니었고, 너무 높게 떠서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수가 계속 뒤로 가는 것을 보고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준영은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입단 당시에는 투수였으나, 입단 첫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타자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이후 NC에서 경험을 쌓아가던 중 지난해 10월 어깨 탈구 수술을 받게 되면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총액 46억원의 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한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으로 이적한 뒤에도 재활에 매진하던 박준영은 5월 하순부터 2군에서 경기에 나서기 시작, 최근 10경기에서 4홈런을 치며 무력시위를 펼친 끝에 지난 7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이적 첫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첫 안타를 신고했고, 9일 힛 포 더 사이클을 노릴 정도로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두산으로 이적한 뒤 1군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조급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스스로도 완벽하게 준비하고 올라오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팀이 연승 기간이고, 나도 기록이 좋은 상황에서 올라왔던 것이 자신감도 붙고 플러스가 됐다"며 "이정훈 감독님, 이도형, 이영수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았다. 멘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낸 것은 모두 감독, 코치님들 덕분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성공 케이스가 나균안(롯데)이 있다면, 박준영은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적'이 잠재력이 만개하는데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처음에는 (이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적응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님께서 '오래 버티자'고 하시더라. 이적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주전 3루수는 허경민, 지금 당장 주전 자리를 노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있다는 것은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준영은 "지금 내 위치에서 주전 경쟁은 욕심이다. (허)경민이 형이 쉴 때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지금의 좋은 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노력한다면 시즌이 끝날 때 좋은 기록이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술한 부위를 다시 다치지 않고, 1군에서 팀의 가을야구와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 베어스 박준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잠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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