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미디어코리아, 상장 철회…떠오른 ‘차이나 디스카운트’ 망령
국내 상장 中 기업, 회계 불투명성에 경영 부실까지 신뢰↓
"中 기업 '상폐' 등 불신 이어져…투자 매력도 하락 목소리"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3년 만에 한국 증시 상장에 도전하던 중국계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계 기업 저평가)’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터TV 등 생활밀착형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시장과 산업 전반의 경기 악화로 인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3년 만에 중국계 기업이 국내 증시에 노크를 했지만,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넘지 못한 셈이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탄탄한 실적과 사업 성장성으로 공모 흥행까지 노렸던 터였다. 적자를 이어온 국내 기업이 실적보다는 성장성의 가치를 인정받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중국계 기업이라는 것을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들이 부실경영과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상장 폐지를 거듭했던 과거의 ‘망령’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2011년 상장했던 중국 섬유업체 기업 중국고섬(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은 상장 약 3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거래정지가 됐다가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원양어업 사업을 영위하며 2009년 상장한 중국원양자원도 허위 공시·공문서 조작 등으로 2017년 상장 폐지됐다.
중국계 기업의 고의 상장폐지 논란도 있었다. 2009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에스앤씨엔진그룹은 지난 2021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상장 이후 흑자를 연이어 기록하며 현금성 자산도 풍부했던 터였다. 당시 소액주주들이 ‘고의 상장폐지’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했지만, 정작 회사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9년 상장 당시 최대주주가 중국계 인물이었던 SNK 역시 2년 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폭탄 배당’과 ‘헐값 스톡옵션’으로 자본을 유출한 후 상장 폐지에 나선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SNK는 지난 2020년 6월 직전 연도 영업이익보다 높은 총 689억원을 배당했는데 당시 중국계 관련 지분이 약 60%에 달했다. 두 달 후에는 임직원들에게 1주당 1원에 스톡옵션을 교부했다. 당시 약 1만3000원 수준이었던 주식을 1원에 취득한 뒤 차익을 볼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이 밖에 불성실한 경영도 중국계 기업이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연합과기와 완리, 차이나그레이트 등 중국계 기업은 감사의견을 거절당해 상장 폐지를 절차를 밟았다.
‘신뢰’ 사라진 국내 상장 中 기업들…이미지 바꾸나
중국계 기업들은 불성실 경영과 회계 분식 등으로 스스로 투자 매력도를 깎아내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논란 등으로 중국계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낮춰 자금 조달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고, 이는 상장 폐지로 이어지면서 다시금 중국계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3노드디지털은 2013년 중국계 기업으로는 첫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는데,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중국 고섬의 분식회계 이후 중국계 기업 전반에 불신이 퍼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시장 환경이 조성되자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7년 웨이포트도 공모가 1400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동전주로 맴돌자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자진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들 기업의 결정은 중국계 기업이 쉽게 자진 상장 폐지를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중국계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중국계 기업 대부분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미투젠의 공모가는 2만7000원이었지만, 지난 7일 기준 1만250원으로 반 토막 났다. 컬러레이(900310), 로스웰(900260), 윙입푸드(900340) 등도 공모가 회복은커녕 동전주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주식 가격이 공모가를 웃도는 중국계 기업은 크리스탈신소재(900250)가 유일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계 기업들은 그간 국내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회계의 불투명성과 경영 부실 등으로 상장 폐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는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기업의 실사 등으로 관련 사업 내용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길도 쉽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향후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시사한 가운데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넘고 중국계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2017년 ‘엘리베이터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인수하고, 2018년 초 4453대였던 엘리베이터TV 설치대수는 2022년 말 기준 8만1520대 수준까지 공격적으로 늘려나가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734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실적도 탄탄하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측은 “조금 더 나은 시점에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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