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드 웰컴" 현금의 나라 일본, 이젠 '캐시리스' 국가로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 미국은 연초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사태로 '뱅크데믹' 충격을 겪었고 유럽은 금리 동결로 선회했던 주요국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는 스톱 앤 고(stop and go) 정책을 펼치며 긴축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3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이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원/엔 환율은 800원대로 떨어졌다. 원/위안화 환율은 170원대로 하락하며 원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인다. 신(新) 금융패권 시대에 국내 금융회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들은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일류신한'을 글로벌 전략 타이틀로 걸었고 윤종규 KB금융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사업을 꼽았다. 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1등' 금융회사 도약을 목표로 세웠고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은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정상급 인사들을 만나 '중소기업 지원 플랫폼' 등을 직접 설명했다. 해외 진출 20년이 된 미래에셋운용은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경영 방침에 따라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운용사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교보생명은 해외 진출로 수익 다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국내 금융회사의 공을 들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으로 양국의 해빙무드가 가속되자 국내 기업의 일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80년대 금융패권국으로 맹위를 떨쳤던 일본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방위적 지원에 제2의 경제 부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열도에서 선진화된 K금융을 전파하는 금융권의 주역을 직접 만나봤다.
①장기불황 딛고 부활 날갯짓… 역대급 엔저에 '바이 재팬' 돈 몰린다
②'와타나베 부인' 찾는 컨설팅 점포… K금융 뱅킹 앱, '자이테쿠' 새 바람
③"카드 웰컴" 현금의 나라 일본, 이젠 '캐시리스' 국가로
④꽂지 않고 '쓰윽'… 컨택리스 카드가 뭔가요
일본(도쿄)=강한빛 기자
#.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지로 불리는 일본 도쿄 긴자의 '산리오월드', 귀여운 캐릭터 인형, 볼펜을 들고 상기된 얼굴로 결제를 기다리는 이들이 빼곡하다. "카와이(귀엽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방문객들은 마음에 드는 인형을 골라 결제 카운터 앞에 선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Cards Welcome!'(카드 환영)이란 문구. 곧이어 "카도데 오네가이시마스"(카드로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점 직원이 카드를 건네 받는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으니 '띠릭'이란 명쾌한 결재음이 들린다. 과거엔 지폐를 건네면 한 손 가득 잔돈과 영수증을 받았지만 이젠 카드 결제 영수증 한 장만 손에 쥐어진다. 일본 여행길에 오르기 전 두둑하게 환전을 해야 한다는 여행팁은 이젠 '해외 알짜카드 추천' 등의 게시글에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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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진, 태풍 등 빈번한 자연재해에 노출된 게 근거로 뒷받침된다.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거래수단으로 현금을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이 즉 '빚'이란 인식이 팽배한 점도 컸다. 과도한 빚을 내기보다 정해진 한도와 여력으로 소비를 하는 게 더 옳다는 인식에서다. 여기에 지속된 저금리로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집에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도 다수다. 홀로 숨진 노인들 집에서 현금이 다발로 발견됐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일본 내 현금은 단순 결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셈이다.
그런 일본이 캐시리스 사회로 발을 옮기고 있다. 전 세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국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 제공과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까지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중은 약 30%로 추정된다. 5년 새 10%포인트를 끌어 올린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2021년에는 총리실 직속 '디지털청'을 출범하고 범정부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행사를 중심으로 캐시리스 확대를 꾀해왔다. 실제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 말 현금 외 결제 비중은 32.5%로 1년 전(29.7%)와 비교해 2.8%포인트 늘었다. 2010년부터 2020년대까지 매년 2% 초반대의 증가세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약진한 셈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비대면, 비현금 결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점도 속도를 보탰다.
변화도 체감되고 있다.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국의 은행 지점장들에겐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더 크다.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은 "과거엔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점에서도 현금결제만 가능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디지털 결제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비중은 ▲2015년 16.5% ▲2016년 18.0% ▲2017년 19.2% ▲2018년 21.9% ▲2019년 24.0% ▲2020년 25.8% ▲2021년 27.7% 등으로 증가했다. 캐시리스 결제 비중 중 가장 큰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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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요구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글로벌 결제기술기업 비자가 지난 6월2일과 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의향, 목적, 선호하는 여행지, 이용 결제 수단, 예상 경비 등을 조사한 결과 1년 이내에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55.1%로 집계됐다. 동일 문항에 대한 지난해 응답(46.4%)과 비교해 8.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해외여행 의향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여행지는 일본(26.7%)으로 호주(12.9%) 베트남(6.3%) 등이 뒤를 이었다.
결제 수단에 대한 변화도 두드러졌다. 1년 내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응답자들이 뽑은 '해외여행 시 사용 예정인 결제 수단'은 1위 신용카드(77.7%) 2위 현지 화폐(61.6%)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지 화폐(73%)가 신용카드(62%)보다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해외 결제금액 순위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나라 밖 결제금액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일찍이 여행족 특화 카드를 내세운 카드사들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여행객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이 여전히 현지 지폐 사용이 활발하다는 것인데 엔데믹(풍토병)으로 현지 관광객이 늘면서 결제 편의성 개선 요구가 커져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카드 인프라 확대 등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보면 향후 카드 인프라 확대에 따른 결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이어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늦은 편에 속하지만 2021년 디지털청을 만드는 등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대대적으로 밝힌 만큼 이젠 방향성에 대한 증명을 위해서라도 신용카드 등 디지털결제에 대한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강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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