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반격 나선 中 [고영화의 차이나워치]
첫째, 미국에 이어 일본, 네덜란드가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제재를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첨단 반도체장비의 대 중국 수출제한을 확대 해왔고, 최근 일본을 끌어들여 이번 달 23일부터 니콘, 도쿄일렉트로릭스(TEL) 등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23종에 대해 대중국 수출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네덜란드 정부도 6월 30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ASML 노광기 등 첨단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통제를 9월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둘째,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품 수출규제를 확대하려는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등을 포함한 최첨단 반도체 제품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중국이 국산화 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7월에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A100을 이용하는 것도 제한하고, 엔비디아가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게 설계한 A800 제품의 중국 수출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미중 반도체전쟁 중 반격을 시작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일방적으로 미국의 펀치를 맞아왔는데 반격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우선 2018년 12월부터 캐나다에 억류됐던 화웨이(HWAWEI)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이자 재무담당이사(CFO)인 멍완저우(孟晩舟)를 1028일 만에 중국으로 귀환시킨 일이다. 하지만 이는 반격이라기 보다는 수비 차원에서 작은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멍완저우는 올해 4월 화웨이의 순환회장(4명의 회장이 6개월씩 회장직 수행)에 올랐다.
두번째 사건은 지난 5월 중국 인터넷반공실(CAC)이 미국 마이크론을 ‘심각한 보안문제가 발견’됐다며 중국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킨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세계 3위(점유율 23.0%), 낸드플래시 세계 5위(점유율 10.7%)를 기록한 마이크론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이 와중에 낸드플래시 세계 4위(점유율 16.1%)의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에 매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급격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세번째 사건이 이번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규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4일 사설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반도체 등 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주요 희토류를 공급해 왔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해 반도체 관련 장비·재료·기술을 차단해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한 반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중국이 칼을 뽑았다”면서 “만약 리튬 등으로 (수출규제가)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전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통제 조치를 희토류 전체로 확산한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엄청난 원자재 공급난을 겪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해야 할 이유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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