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와타나베 부인' 찾는 컨설팅 점포… K금융, '자이테쿠' 새바람

도쿄(일본)이남의 2023. 7. 1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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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新금융패권 시대-1.금융패권의 영광, 일본 '반면교사'②] 이자이익 한계, 메가뱅크 디지털 전환… 대면채널 승부수 '점포 실험'

[편집자주]신(新) 금융패권 시대에 국내 금융회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지주 수장들은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일류신한'을 글로벌 전략 타이틀로 걸었고 윤종규 KB금융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사업을 꼽았다. 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1등' 금융회사 도약을 목표로 세웠고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은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정상급 인사들을 만나 '중소기업 지원 플랫폼' 등을 직접 설명했다. 해외 진출 20년이 된 미래에셋운용은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경영 방침에 따라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운용사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교보생명은 해외 진출로 수익 다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 국내 금융회사의 공을 들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으로 양국의 해빙무드가 가속되자 국내 기업의 일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80년대 금융패권국으로 맹위를 떨쳤던 일본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전방위적 지원에 제2의 경제 부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열도에서 선진화된 K금융을 전파하는 금융권의 주역을 직접 만나봤다.

지난 6월29일 도쿄 마루노우치 거리에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이남의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장기불황 딛고 부활 날갯짓… 역대급 엔저에 '바이 재팬' 돈 몰린다
②'와타나베 부인' 찾는 컨설팅 점포… K금융, '자이테쿠' 새 바람
③"카드 웰컴" 현금의 나라 일본, 이젠 '캐시리스' 국가로
④꽂지 않고 '쓰윽'… 컨택리스 카드가 뭔가요

도쿄(일본)=이남의 기자 지난 6월29일, 32도의 무더위가 찾아온 도쿄 마루노우치 거리.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일본 3대 은행 본점엔 자이테쿠(재테크) 상담 고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본 중앙은행이 2016년 이후 7년째 단기금리를 연 -0.1%로 유지하면서 이자수익 위주의 은행권 영업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1번 은행가요" 기업 대출 늘린 메가뱅크


일본의 '월스트리트', 열도의 경제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 마루노우치 은행가에 디지털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대 금융그룹의 총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2조5000억엔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2021년 4조5650억엔에서 2022년 5조6050억엔으로 1조400억엔(22.78%)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대 금융그룹의 가계대출은 35조8000억엔에서 34조9000억엔으로 9000억엔(2.51%)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은 133조1000억엔에서 137조8000억엔으로 4조7000억엔(3.53%) 증가했다.
지난 6월29일 도쿄 마루노우치 거리에 위치한 미쓰비시도쿄UFJ 본점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이남의 기자
이날 오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도쿄UFJ 본점 앞에서 만난 직장인 마츠시다 토오미(43)씨는 "최근 교토의 자동화공장과 신규 거래를 체결하면서 자금결제 계좌가 필요해 은행을 찾았다"며 "개인 업무는 비대면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은행은 회사 업무로 한 달에 1번 방문한다"고 말했다.

일본 메가뱅크는 영업점을 상속·자산승계나 기업 대출과 같은 컨설팅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다. 미쓰이스미토모는 기존 점포의 사무공간을 3분의 1로 축소하고 자산투자 상담 공간을 확대했다.

미즈호도 부유층 고객이 많거나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지역의 약 50~60개 점포를 컨설팅 중심으로 새단장했다. 미쓰비시UFJ는 점포 방문 고객도 직원 대신 태블릿 기기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도록 지원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은 금융회사 점포가 2017년 2만2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1만9000여개로 5년 새 3000개(13.6%) 감소했다.


24시간 ATM, 계좌개설까지 한 번에


일본 은행의 점포 혁신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1759개 거점에 ATM을 운영하는 미쓰비시UFJ은행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98개 ATM을 24시간 운영한다. 국내 은행 ATM의 운영시간이 오전 7시부터 밤 11시30분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새벽에도 이용할 수 있다.
6월26일 도쿄 지요다구 유라쿠초역에 위치한 미즈호은행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이남의 기자
미쓰비시UFJ은행은 자정에서 오전 6시까지 ATM의 이용 건수가 전체의 0.1%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ATM 운영시간을 18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다. 다만 지하철역 앞, 편의점 내 ATM은 24시간 운영을 유지한다. 미즈호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도 24시간 ATM 운영을 이어간다. 도쿄 지요다구 유라쿠초역에 위치한 미즈호은행 ATM은 마루노우치에 출근하는 직장인, 긴자에서 쇼핑하는 여행객 등 24시간 ATM 이용객이 많은 곳이다. 주화 유통이 많은 이들을 위한 ATM 동전 입금 서비스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유라쿠초역 입구에서 만난 후카다 유키(21)씨는 2층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남은 동전 1500엔을 ATM에 입금했다. 그는 "일본은 잦은 지진과 태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자산인 현금을 가지고 있다"며 "주거래 은행에 가지 않아도 지하철과 상점, 편의점 등에 ATM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현지 패밀리마트·세븐일레븐·로손 등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설치된 ATM도 일본 은행의 디지털금융 성공 모델로 꼽힌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계열사인 세븐은행은 편의점을 활용한 사업구조가 강점이다. 세븐일레븐에 비치한 ATM 기기 대여, 예금 인출 등에 대한 수수료 수익이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세븐은행은 얼굴 인증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ATM을 설치해 운전면허증 등 얼굴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스캐너가 읽으면 은행 계좌 개설도 가능하다.
도쿄 시바공원 앞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바코1쵸메점은 환전을 하는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사진은 세븐뱅크 ATM/사진=이남의 기자
도쿄타워가 한 눈에 보이는 시바공원 앞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의 시바코1쵸메점 직원 마츠다 쇼타 씨(38)는 "지난 5년간 편의점에서 일 하면서 물건을 사지 않고 ATM을 이용하는 수많은 여행객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1인 사장이 운영하는 소바집이나 스시가게 등 현금이 필요한 곳이 있다"며 "환전한 돈이 부족한 여행객들이 도쿄타워를 보러 왔다가 현금을 인출하러 ATM에 들리는데 기본적인 거래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경우 ATM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ATM 활용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은행의 365 코너는 전년 대비 247개 줄어든 4995개로 집계됐다. 전체 ATM 개수도 2만9451개로 5년 전과 비교해 27.5% 줄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높은 유지비용 대비 소비자의 이용도가 낮아 ATM 줄이고 있으나 현금인출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최소한 오프라인 접점인 ATM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며 "예·적금 가입, 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영업점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해주는 무인 결제기(키오스크) 기술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화+디지털, 투트랙 영업 'K금융'


'디지털금융 신흥국'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고령화와 디지털에 대응해 현지영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2009년 일본 도쿄에 현지법인 문을 연 SBJ은행은 2009년 일본인 고객의 예금이 쏟아졌던 즐거운 경험을 잊지 못한다.
당시 리먼사태 이후 일본 은행의 예금금리가 0.1%였을 때 SBJ은행은 1000만엔 한도의 예금자보호와 1% 수준의 파격적인 정기예금 금리가 일본 고객을 끌어 당겼다. '외국계 은행'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출범 당시 고령 자산가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6일29일 SBJ은행 동경본점영업부에 리테일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사진=이남의 기자
SBJ은행은 일본 메가뱅크가 진출하지 않은 투자형 주택론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2021년 주택론 출시 후 최근엔 SBJ 뱅킹 애플리케이션에 주택론 서비스를 탑재, E-KYC(모바일 인증)서비스를 강화했다. 김재민 SBJ은행 법인장은 SBJ 뱅킹앱을 일본 은행권의 '혁신 디지털뱅킹'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금융기관과 경찰청이 연계돼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나 일본은 개별 금융회사가 본인 인증을 확인해야 한다. 올 하반기 SBJ은행은 E-KYC 회사인 리퀴드사와 손을 잡고 위조 사진 대조, 전화번호 검색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다. A고객이 B번호로 주택론에 가입했을 때 대출상환 계좌 개설 시 20여가지의 위조사례를 파악해 진위를 가릴 방침이다.

주택론의 디지털화도 추진한다. 부동산업자와 고객용 웹을 만들고 대출신청부터 계약까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전자계약, 전자인증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SBJ은행은 지난 2018년 당기순이익 629억2900만원에서 ▲2019년 753억9200만원 ▲2020년 731억3900만원 ▲2021년 813억8000만원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당기순이익은 1167억3500만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269억4600만원으로 연 1000억원대 순이익 달성이 기대된다.

김재민 SBJ은행 법인장은 "SBJ은행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개인에게 3%대 초반 금리로 대출하며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월세 수입을 원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디지털금융의 니즈가 커졌고 IT자회사인 SBJ DNX와 디지털 주택론을 선봬 모든 대출 과정을 비대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도쿄지점은 한·중·일 스포츠 교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도쿄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하나은행./사진=이남의 기자
1961년 일본 도쿄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하나은행은 한·중·일 스포츠 교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15일 KD치바현 소재 치바이스미 골프클럽에서 '이비테이셔널 2023'을 개최하며 2008년 외환은행이 한·중투어로 시작한 대회를 한·중·일 동북아 대회로 확대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로 복원하는 등 양국의 해빙무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KPGA와 JGTO(일본골프투어협회)가 공동 주관해 의미를 더했다. 필드는 우승을 향한 경쟁인 동시에 한·중·일 기업인들이 친분을 쌓는 교류의 장이 됐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인비테이셔널 2023 시상식에 참석, 현지 고객과의 스킨십 강화를 주문했다.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은 "하나금융은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동경지점은 고객들의 금융니즈를 파악해 우량 자산을 확보하고 스포츠마케팅 등 지역의 스킨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이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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