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변경 요구" vs "강하IC 추가만 제안"… 여야 진실게임 양상 [양평 고속道 이슈]
야권 “국토부, 10년간 의견수렴 않다가
최근 갑자기 노선변경 시도” 의혹 제기
국토부 “양평군 등과 꾸준히 협의 거쳐”
민주 “종점 바뀌면 金여사 일가에 호재”
당정 “진출입 불가능해 땅값 되레 하락”
사업비 증가·환경 영향 등도 의견 ‘팽팽’
前 양평군수, 원안 종점에 땅 보유 논란
양평군수·주민, 민주당사 항의 방문
野 원안추진위 구성 나서자 “멈춰 달라”
하남 등 인근 지자체와 공동 대응 방침
“여론 잘못 전한 전임 군수 등 문책해야”
9일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여야는 고속도로 노선을 요구한 주체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국토부가 10년간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갑자기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평군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꾸준히 협의를 거쳐 강상면 종점안(대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안이 예타안에 비해 사업비는 훨씬 더 많이 들면서 실익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타안의 총사업비는 1조7695억원, 대안은 1조8661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더 들어간다. 고속도로의 총연장도 약 2㎞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교통량이 많은 두물머리가 있는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가게 되면, 교통량 해소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반면 국토부는 실제 사업비 증가분은 미미하고 교통난 해소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대안에서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노선 변경으로 늘어난 예산은 140억원(0.8%)에 불과하고, 나머지 820억원은 하남시와 협의를 거쳐 시점부 공사(터널 연장, IC 변경 등) 예산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안은 예타안에 비해 이용 교통량이 하루 약 6000대(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두물머리 인근을 지나가지 않지만 강하IC가 추가되면서 더 많은 운전자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다른 환경성 측면의 장점도 제시했다. 예타안은 상수원보호구역인 남한강을 2차례 횡단해야 하는 등 환경성 측면에서 불리하고, 전원주택 밀집 지역을 통과해야 해서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에 대안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종점이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면, 인근 땅값이 올라 김 여사 일가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과 국토부는 IC와 분기점(JCT)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은 일반도로에서는 진출입이 불가한 JCT로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 역할을 한다. JCT 인근은 땅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교각이 건설되면서 도로가 연결되지 않는 맹지로 판명나 땅값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국민의힘이 반박하는 논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IC와 달리 JCT는 지역주민들도 기피하고 소음, 분진 발생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JCT는 맞지만, 1㎞만 가면 나들목(남양평IC)이 있어서 땅값 상승은 그 주변 지역에 다 미치는 호재”라고 맞섰다.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사업 재개 여부가 단기간에 결론 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경기 양평군수 등 30여명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를 방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에 항의했다. 이들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는 민주당을 향해 “나들목(IC)이 없는 예비타당성 조사안으로 회귀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달리 양평군 일대에서는 일반 군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앙정치권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일었다.
전 군수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평군에 IC가 설치되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을 가로막는 모든 행위를 멈춰줄 것을 12만5000명 군민의 마음을 담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의 희망 사항도 모르는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라며 “대체 누구를 위한 원안 추진이냐”고 되물었다. 양평군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이 도로의 재추진을 위해 건설 예정지였던 서울 송파구, 경기 하남·광주시와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3개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다.
양평군 거주자(50대)는 “본안이나 대안이나 모두 정치적인 논란일 뿐”이라며 “이번 논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들은 인근에 땅을 매입한 외지인이 다수이고, 군민들은 어디에든지 고속도가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평군은 전날 군청에서 전 군수와 같은 당 소속 도·군의원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회를 열어 사업 관철을 다짐했고, 10일에는 범군민대책위를 공식 발족하기로 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국토부가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물어 군은 노선 종점 지역으로 양서·강상·강하면의 3개 대안을 제시했고, 노선마다 IC를 설치해달라는 의견을 냈다”면서 “노선안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군 입장에선 IC가 설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전 군수도 의견문 등을 통해 “양평군에 IC가 있는 고속도로를 희망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 근처에 분기점(JCT)이 들어서 땅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진출입로가 아니라) 주민 불편만 가중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세준·유지혜·곽은산 기자, 양평=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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