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인위적 개입 논란…"적절한 처벌 병행해야"[칼 빼든 공정위③]

업계 불만에 "제보 통해 사후적 조사"
솜방망이 논란에 "법·원칙 따라 제재"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오씨아이 부당내부거래 제재 관련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3.07.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업권 전방위에 조사의 칼날을 휘두르자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적절한 절차와 처벌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자칫 기업 불만만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초부터 금융과 통신, 유통, 게임, 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사교육 시장까지 전방위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교육 분야는 추가 조사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지난 7월3일 교육부에서 대형 입시학원과 출판사 관련 총 10건 사안에 대한 조사 요청을 받았다"며 "(추후) 교육부에서 추가적으로 조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정위 행보를 정부 정책에 따른 인위적 개입이란 불만을 터트린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실효적인 경쟁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뒤 공정위에서 움직였다는 점에서다. 또한 공정위 유통업계 조사 역시 한덕수 국무총리 발언 뒤에 나왔다. 앞서 한 총리는 가격 인하를 촉구하면서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면서 공정위 압박 카드를 내민 바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게다가 공정위 특성 상 현장 조사에 나섰을 때 업계에 이유를 예고하거나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데다, 이후에도 지침을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두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합을 포함 전체적으로 살펴 본다면서 조사를 하던데, 업권 길들인다는 뜻 아니겠나", "금융감독원도 가만히 있는데 왜 공정위가 나서나. 권한 남용 아닌가"라고 했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 인하 압박이자 시장개입", "총선 앞두고 공정위가 실적을 올리려는 것" 등의 불만을 터트렸다.

이 같은 불만에 공정위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용 조사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담합이 가격 인상을 견인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을 때에만 사후적으로 (조사가) 작동하는 것이다. 특정목적으로 임하지 않는다.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조사한다"고 말했다.

조사권 남용 의혹에도 "조사가 최근 활발해졌다는 부분이 조사권을 남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공정위가 갖고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측면으로 봐 달라"며 "여러 분야를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06.15. ppkjm@newsis.com

그럼에도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나왔다. 앞서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동일인(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공정위는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책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정말 화가 난다. 호반건설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을 벌었는데 공정위 과징금은 608억원이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호반에 이어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 대해서도 벌떼입찰 택지 전매를 통한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조사는 확대하는 반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절차와 처벌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기업 불안은 커지는 반면 공정위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분별하게 조사만 확대하는 것이 아닌, 잘못한 기업에 정확히 조사를 임하고 그에 맞는 제재가 이뤄진다는 공정위 신뢰를 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친시장 기조라 경영하기 좋을 줄 알았는데 공정위를 보니 그렇지 않은 분위기인 것 같다"며 "건설업 경기도 좋지 않은데 다음 조사 타깃은 언제 우리가 될 지 몰라 숨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지적은 올초에도 제기됐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올초 공정위는 최근 5년 콘텐츠 불공정행위 의혹 18건을 조사했지만 중징계 조치가 전무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출판 및 콘텐츠 제작업체 불공정행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출판과 제작업체의 불공정하도급에 관한 사건 총 18건을 적발해 조사했다. 이중 중징계라고 할 수 있는 형사고발과 과징금, 과태료 처분을 한 사건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 12건과 심사 불개시 4건, 무혐의 2건 등 대부분이 경징계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한편 한 위원장은 사교육 조사와 관련 "검토 결과 법 위반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제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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