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안마다 ‘말 중계’ 하더니 ‘오염수’엔 말 없는 대통령

유정인 기자 2023. 7.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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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담 피하려 “국민 건강이 최우선” 원칙적 대응만
금주 한·일 정상회담, 한국의 공식 입장 못 박는 자리 될 듯
유승민 “여론 무서워 비겁하게 숨나, 국민에게 생각 밝혀야”
국회 앞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면담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을 자제하면서 ‘로 키’(low-key·절제된) 행보를 하는 중이다. 대통령실도 기본 입장을 밝히는 수준의 원칙적 대응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야권과 일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밝힐 입장을 두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하에서 일본 측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일본 언급이 있다면 대통령은 우리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입장과 원칙의 전제하에 필요한 말을 할 것”이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다 ‘국민 건강 최우선’ 대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공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공개 언급한 것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 발표 때가 마지막이다. 이후 한국 시찰단 파견,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 발표 등으로 사안마다 논란이 일 때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정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국무회의 발언 생중계 등을 통해 상세하게 밝혀온 것과 대비된다.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을 현실적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국민적 반대가 높은 사안을 두고 정치적 부담을 키우지 않으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주 열릴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한국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못 박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밝힌 대통령실 입장에 비춰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 측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존중하면서 양국 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검증 협조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왜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나, 반대 여론이 무서워 비겁하게 숨어 있는 건가”라며 “일본 총리를 만나기 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생각을 국민에게 먼저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수능 문제까지도 꼼꼼히 살피는 세심함과 ‘카르텔 척결’에 목청 높이는 단호함을 일본의 핵 폐수 방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서 보여줄 수는 없냐”며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폐수 방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0일부터 4박6일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에 돌입한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10여개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이 열린다. 나토 사무총장 면담과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의 만남도 이뤄진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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