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일가 선산이라 개발 못한다? 이미 등록전환·지목변경 등 ‘작업’
변경 종점 1㎞ 아래에 남양평IC…서울 접근성 월등히 개선
2년 전 야당 소속 군수 제안은 ‘강하면 IC’…종점 변경 아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경기 양평군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땅 부근으로 바뀐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정부·여당 주장대로 김 여사 땅에 특혜는 없는지, 더불어민주당도 2년 전엔 노선 변경을 추진했는지, 변경된 노선이 더 경제성이 있는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에 입각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 김 여사 땅에 혜택 없다?
정부·여당은 변경된 종점에 차량이 출입하는 나들목(IC)이 없어 김 여사 땅이 있는 강상면 지역엔 혜택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들목 없이 분기점(JC)만 있을 경우엔 그 주변에 소음과 먼지 피해가 생겨 혜택은커녕 불만과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김 여사 땅 주변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길이 생기기 때문에 조망이나 소음·먼지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경된 종점 예정지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1㎞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남양평 나들목이 있다. 김 여사 땅에서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남양평 나들목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다. 이 정도면 종점에 나들목이 없더라도 서울로의 접근성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② 선산이라 개발 가능성 없다?
정부·여당은 논란이 된 땅이 김 여사 외가에서 물려받은 선산이어서 개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여사 일가는 그 일대 땅을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 ‘등록전환’했다. 주소가 ‘양평군 병산리 산 ○○○번지’에서 ‘산’이 빠지는 것이다. 땅을 여러 필지로 나눈 후 용도를 임야에서 ‘대지’ ‘창고용지’ 등으로 변경하는 ‘지목변경’도 했다. 지가 상승과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이런 과정을 통해 김 여사 일가 땅 가치가 56배 높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③ 원 장관은 김 여사 땅 몰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 전에 인지한 게 있다면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김 여사 땅 지번까지 대며 불법 의혹을 따졌고 원 장관도 “확인해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원 장관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집중 공세를 펼친 김 여사 일가의 양평 땅에 대해 모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원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질의가 고속도로와는 무관했고, 양평에 김 여사 땅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변경된 노선 종점에 김 여사 땅이 있다는 건 몰랐다는 입장이다.
④ 민주당도 변경 주장했다?
여당은 2년 전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이 노선을 바꿔 강하면 나들목 신설을 먼저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노선(기존안)을 바꿔 강하면을 지나게 하자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민주당은 예타안 종점을 바꾸지 않고 중간에 살짝 틀어 강하면에 나들목만 내자고 했다. 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부에 제안한 3개 안 중 1안에 가까운 안이다. 민주당은 갑자기 국토부가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9일 낸 해명자료에서 1안대로 하면 고속도로가 경의중앙선 국수역을 지나고, 종점에 높이 40m 이상 교량이 추가 건설돼 전원주택 단지가 둘로 갈라지는 상황이어서 주민 반대가 컸다고 설명했다. 나들목을 만들기도 쉽고, 주민 주거지를 관통하지 않는 2안과 거의 비슷하게 현재의 변경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국토부 주장이다.
⑤ 변경안이 더 경제적이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통화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상 수요의 90% 이상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와 서울로 가려는 건데, 그러면 기존안의 양서면까지 올라가지 않고 강상면에서 좌측으로 꺾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했다. 예상 일일 이용 차량도 1만5800대에서 2만2300대로 6000대 이상 늘고, 6번 국도에서 하루 2100대 정도 흡수한다. 건설 예산이 150억원 더 들지만 경제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양평 일대를 지나는 한강 다리가 2개에서 1개로 줄고,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 도래지를 지나는 구간이 짧아져 환경보호 차원에서 더 낫다, 주민들이 변경안을 더 반긴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말에 두물머리 주변 6번 국도의 정체가 극심해 교통량을 분산하려던 목표를 감안하면 기존안대로 6번 국도와 가까워야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주장대로 변경안이 경제성과 주민 편의·수용성 등 모든 면에서 더 낫다면 왜 애초에 지금의 안을 구상하지 못하고 기존안으로 예타를 받았는지, 사업이 처음 추진된 2017년부터 5년 이상 기존안이 수정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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