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는 내렸는데… 곡물가 인하에도 제품가 올린 사료 업체들
같은 시기 주요 사료 상장사 평균 제품 가격 5.1% 상승
업계 “곡물 가격 인하분, 생산비에 반영에 시간 필요”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정부가 사료 가격 인하에 대한 업계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주요 업체 가운데 농협사료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사료 가격을 내린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곡물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도 오히려 가격을 높인 곳이 많았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사료 상장사 5개 업체의 지난 1분기 평균 제품 가격은 톤(t)당 66만898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같은 기준 63만6718원과 비교해도 5.1%가 올랐다.
1분기 제품 평균 가격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가장 많이 올린 곳은 사조동아원이었다. t당 78만5000원으로 10.7%가 올랐다. 같은 기간 하림의 제일사료가 5.6% 오른 63만2119원으로 뒤를 이었고, 같은 하림 계열사인 팜스코도 65만4792원으로 5.1%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팜스토리의 제품 평균가도 64만3000원으로 3.9% 올랐다.
같은 시기 시장 점유율 1위인 농협사료가 연이어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배합사료 평균 가격 인하를 이끈 것과 대조적이다. 농협사료는 지난해 12월 제품 가격을 한 포대(25㎏) 기준 500원 내린 데 이어, 지난 2월에 포대당 625원을 더 낮췄다.
농협사료가 가격을 낮춘 것은 밀·옥수수·대두박 등 주요 사료용 곡물의 국내 도입 가격이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사료용 곡물의 수입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75달러까지 오른 사료용 밀은 지난 5월 기준 352달러까지 내렸다. 404달러까지 오른 사료용 옥수수도 같은 기간 337달러로 내렸다. 749달러까지 치솟은 사료용 대두박의 국내 가격도 지난 5월 t당 650달러로 내렸다.
농협사료에 뒤이어 가격을 낮춘 사료업체는 주요 상장사 중에서는 우성사료가 유일했다. 우성사료의 지난 1분기 주요 제품 평균 가격은 63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 63만3000원에서 0.5%가량 내렸다.
현재 사료 시장은 농협사료가 약 2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팜스코(14.5%), 제일사료(9.4%), 팜스토리(8.1%), 사조동아원(6.2%), 대한사료(5.6%), 우성사료(4.6%) 순이다.
가격을 올린 사료업체들은 사료용 곡물의 수입 가격이 낮아졌지만, 실제로 사룟값 원가가 당장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료에 쓰는 곡물은 주로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선물로 구매하기에 실제 생산에 쓰이는 데 4~8개월이 걸리는데, 지난 1분기 사용된 원료는 고점일 당시 들여온 것이고 현재 쓰이는 곡물도 비교적 높은 가격에 매입했기에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제분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했던 논리와 같다”면서 “실제로 생산원가가 감소하려면 올 하반기는 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주요 사료 업체들의 원료 도입 비용은 오름세를 보였다. 팜스코의 지난 1분기 평균 옥수수와 대두박 등 원료의 평균 도입 가격은 t당 59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 58만2000원에 비해 1.5% 올랐다. 같은 기간 제일사료의 원료 평균 도입 가격은 11.7% 올랐고, 사조동아원의 원료 평균 도입 가격도 7.1% 올랐다. 팜스토리와 우성의 원료 평균 도입 가격도 각각 11.3%, 4.3%씩 올랐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 관계자는 “환율과 사료용 곡물 도입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생산원가 반영 시기와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계산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분기 업체들의 원료 부담이 올랐음에도 사료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 요청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료는 축산 농가 생산비의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 가격 향방이 내년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농협사료 인하 이후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내리고 있는 만큼 업계와 적극 소통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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