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의 큰 손’ KCC가 손에 넣었던 슈퍼스타

최창환 2023.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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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농구계에는 “KCC가 마음만 먹으면 FA시장이 요동친다”라는 말이 있다. 예외 없이 원했던 선수와 인연이 닿았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스타에게 목돈을 안기며 계약을 성사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02년 양희승을 제외하면 내부에서 놓친 스타급 FA도 없었다. 2023년에 성사된 최준용과의 계약은 ‘FA시장의 큰 손’이 찍은 방점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앞서 KCC가 FA시장에서 일으킨 소용돌이는 어떤 결말로 이어졌을까.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됐으며, 보수는 공식 발표 기준입니다.

2007년_아낌없이 주는 나무 : 더 비기닝
서장훈 4년 연봉 4억 원
임재현 5년 2억 8100만 원
· 영입 전 ▶ 2006-2007시즌 15승 39패 10위
· 영입 후 ▶ 2007-2008시즌 33승 21패 2위, PO 4강

FA 제도가 도입된 2001년 이후 KCC가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한 FA는 2006년 신동한이었다. 안양 KT&G(현 KGC)에서 받았던 이전 시즌 연봉(7000만 원)보다 100% 인상된 1억 4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롤플레이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팀 전력을 크게 상승시킨 계약은 아니었다.

KCC가 ‘FA시장의 큰 손’이라 불리게 된 건 2007년이었다. 2006-2007시즌에 팀 역사상 처음으로 10위에 머문 KCC는 의욕적으로 FA시장에 나섰다. 일단 내부 FA 자원인 이상민, 추승균과 재계약한 KCC는 이후 외부로 눈길을 돌렸다.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 인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최대어’ 서장훈에 대한 영입의향서를 제출했다. 서장훈은 망설임 없이 KCC를 택했다. 또한 전자랜드와 경합이 붙은 임재현도 손에 넣었다.

전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KCC가 범한 실책도 있었다. 원소속팀 협상기간에 재계약한 이상민을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에 넘겨준 것.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이었던 만큼, KCC는 한동안 팬들의 수뇌부 퇴진 운동에 홍역을 앓았다.

전력이 좋아진 만큼, FA 영입 효과는 톡톡히 누렸다. 서장훈을 축으로 전력을 개편한 KCC는 2라운드부터 줄곧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펼쳤고, 이전 시즌보다 18승 더 많은 33승을 따내며 정규리그 준우승을 거뒀다. 서장훈은 전 경기에 출전, 방성윤(당시 SK)에 이어 국내선수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변함없는 득점력을 보여줬다. 다만, 임재현은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달갑지 않은 오명에 시달려야 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KCC는 4강에서 자신들이 지키지 못했던 이상민을 앞세운 삼성과 맞붙었다. KCC는 객관적 전력상 우위라는 평가 속에 시리즈를 맞았으나 이상민, 이정석, 강혁을 앞세운 삼성의 기동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KCC는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했고, 이는 서장훈이 KCC에서 치른 처음이자 마지막 플레이오프가 됐다. 2007-2008시즌이 한창이던 2008년 1월, KCC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서장훈을 보유한 KCC라 해도 한국인 최초 NBA리거 하승진을 1순위로 지명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허재 감독은 서장훈과 하승진의 공존에 자신감을 표했지만, 막상 2008-2009시즌이 개막하자 출전시간 배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KCC에서 역대 최초 통산 1만 득점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원했던 서장훈에게 20분 안팎의 출전시간은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였다.

서장훈은 2008-2009시즌 19경기 평균 24분 1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고, 허재 감독과의 면담을 거쳐 트레이드됐다. 서장훈과 김태환이 전자랜드로 향했고 신인 강병현을 비롯해 정선규, 조우현이 KCC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직후 8연패에 빠지는 등 잠시 과도기를 거쳤던 KCC는 2008-2009시즌 중반 이후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았고,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자랜드(6강), 동부(현 DB·4강), 삼성(챔피언결정전)을 차례대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_합리적 투자 후 예고 없이 찾아온 위기
김태술 5년 보수 6억 2000만 원
· 영입 전 ▶ 2013-2014시즌 20승 34패 7위
· 영입 후 ▶ 2014-2015시즌 12승 42패 9위

KCC는 서장훈, 임재현 이후 한동안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았다. 하승진, 강병현을 주축으로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가운데 2009귀화혼혈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행운까지 얻으며 전태풍을 영입, 전성기를 누렸다.

FA에 대한 관심을 끊었던 KCC가 모처럼 거액을 투자한 건 2014년이었다. 정통 포인트가드로 주가를 높인 김태술을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했다. 당시 FA 최대어였던 만큼 출혈도 있었다. 이상민 이후 KCC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병현, 2년 차 시즌에 가능성을 보여줬던 장민국을 KGC에 넘겨줬다.

KCC로선 승부수를 띄울만한 시기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 하승진이 복귀를 앞두고 있었고, 김민구는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마친 직후였다. “김태술은 ‘영입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선수였지만 샐러리캡이 안 맞아 베팅이 불가능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사인&트레이드와 관련된 소문이 있었고, 이 방법이라면 영입을 시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조진호 KCC 사무국장이 당시 남긴 말이다.

약점인 포인트가드를 김태술로 메우며 명가 재건을 꿈꿨지만, KCC의 계획은 오프시즌부터 틀어졌다. 김태술 영입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민구가 음주운전에 의해 일어난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한 것. 김민구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강병현을 트레이드했던 KCC로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술과 KCC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KCC는 스크린을 활용하는 데에 능했던 김태술의 장점이 최적화될 수 없는 선수 구성이었고, 허리부상에 시달린 것도 악재였다. 이전 시즌에 데뷔 첫 어시스트 1위에 올랐던 김태술은 데뷔 후 가장 적은 3.7어시스트에 그쳤다. KCC 역시 3라운드 초반 9연패를 당한 후 줄곧 9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시즌 막판에는 허재 감독마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5년_“집 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 같다”
전태풍 2년 보수 5억 4000만 원
· 영입 전 ▶ 2014-2015시즌 12승 42패 9위
· 영입 후 ▶ 2015-2016시즌 36승 18패 1위, PO 준우승

김태술에 만족하지 못한 KCC는 2015년 FA시장에서 다시 돈 보따리를 풀었다. 3시즌 동안 함께 하며 2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1차례 우승을 맛봤던 전태풍에 대한 영입의향서를 제출했다. 김시래가 입대, 포인트가드 공백이 생긴 창원 LG 역시 전태풍을 노렸으나 그의 선택은 KCC였다. 최형길 KCC 단장이 직접 전태풍을 만나 협상할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전태풍 역시 친정에서 명예 회복을 바랐다.

조진호 사무국장은 당시 “기분 좋다.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 같다. (전)태풍이는 우리 팀에 있을 때가 전성기였다. 우리 팀을 떠난 후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선택을 내리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김)태술이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상황까지 감안해 계약을 추진했다. 태풍이가 2번 역할을 맡는 것도 가능해 이들의 역할이 겹치진 않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전태풍과 재회한 KCC는 곧바로 결실을 맺었다. 전태풍과 안드레 에밋을 앞세워 꾸준히 중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이어간 KCC는 시즌 막판 파죽의 12연승을 질주, 모비스를 밀어내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대전 현대에서 KCC로 간판을 바꾼 후 따낸 첫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포워드 농구의 진수를 보여준 고양 오리온에 우승을 넘겨줬지만, KCC로선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한 시즌이었다.

전태풍 역시 MVP 투표에서 양동근에 1표 뒤진 2위에 올라 명예를 회복했다. 전태풍이 다시 팀의 중심이 된 KCC는 시즌 종료 후 서울 삼성과 트레이드를 단행, 김태술을 내주고 이현민을 영입했다.

2017년_부상 트라우마, ‘금강불괴’에 안긴 거액
이정현 5년 보수 9억 2000만 원
· 영입 전 ▶ 2016-2017시즌 17승 37패 10위
· 영입 후 ▶ 2017-2018시즌 35승 19패 3위, PO 4강

정규리그 우승 후 한 시즌 만에 10위로 추락한 KCC는 부활을 목표로 2017년 FA시장에 나섰다. KGC의 통합우승을 합작한 오세근, 이정현 가운데 누가 KCC와 계약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고, 최종적으로 이정현이 KCC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이정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CC뿐 아니라 신인 시절을 함께 했던 이상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원주 DB 역시 이정현에게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발표된 금액 기준 FA 사상 최고액인 9억 2000만 원에 KCC와 계약했고, 원소속팀인 KGC는 이정현의 이전 시즌 보수 200%의 보상금(7억 2000만 원)을 택했다. 보상 규정이 적용되는 FA 이적 후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KCC가 이정현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배경은 복합적이었다. 이정현의 기량이 최전성기에 접어들었던 데다 데뷔 후 단 1경기도 부상에 의해 결장한 적이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KCC는 정규리그 우승 직후 맞은 2016-2017시즌에 전태풍(5경기)과 하승진(2경기) 등 주축 2명이 부상으로 시즌아웃 됐고, 이 여파로 10위에 머물렀다.

KCC는 ‘금강불괴’ 이정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1-2022시즌만 9위였을 뿐, 이외의 4시즌은 모두 상위권에 자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은 2019-2020시즌 순위 역시 4위였다.

이정현 개인적으로도 우승 빼곤 모든 걸 이뤘다. 이정현은 KCC에서 치른 5시즌 모두 올스타에 선발됐고, 2018-2019시즌에는 생애 첫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KCC가 정규리그 MVP를 배출한 건 현대 시절이었던 1998-1999시즌 이상민 이후 무려 20시즌만이었다.

2019년_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최현민 5년 보수 4억 원
정창영 3년 보수 1억 2000만 원
한정원 1년 보수 1억 2000만 원
· 영입 전 ▶ 2018-2019시즌 28승 26패 4위, PO 4강
· 영입 후 ▶ 2019-2020시즌 23승 19패 4위, PO 미개최

2019년은 KCC가 FA시장에서 쓴잔을 들이킨 보기 드문 시기다. KCC와 DB는 나란히 2018-2019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김종규 영입에 올인했지만, 김종규는 역대 최고액(12억 7900만 원)을 갱신하며 DB와 계약했다. 이미 전태풍, 하승진 등 간판스타들에게 결별을 통보한 KCC로선 예기치 못한 전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CC는 결국 수도권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해 보였던 최현민에게 시장가보다 높은 보수 4억 원을 제시했다. 최현민은 2019-2020시즌 23경기 평균 7분 44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롤플레이어만 3명 영입하는 건 KCC 계산에 없었던 일이지만, 이 가운데에도 알짜는 있었다. 정창영은 LG에서 은퇴 위기까지 몰린 만년 유망주였지만,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된 전창진 감독을 만나 환골탈태했다. 보조운영, 2대2 등 공수에 걸쳐 기대 이상의 활용도를 보여주며 벤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20-2021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를 소화하며 KCC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KCC로선 반드시 거액을 투자하는 게 아니어도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깨달은 사례였다. 정창영은 이후 KCC의 주장까지 맡아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_재건, 인기 두 마리 토끼 노렸지만…
이승현 5년 보수 7억 5000만 원
허 웅 5년 보수 7억 5000만 원
· 영입 전 ▶ 2021-2022시즌 21승 33패 9위
· 영입 후 ▶ 2022-2023시즌 24승 30패 6위, PO 6강

KCC는 이후에도 FA시장에서 꾸준히 선수를 보강했다. 2020년에는 유성호, 유병훈, 김지완을 영입했고, 2021년에는 박재현과 계약했다. 이들 가운데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었지만, 전력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선수는 없었다.

움츠리고 있었던 KCC는 2022년에 모처럼 ‘FA시장의 큰 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종규 영입에 실패했던 2019년과 달리, 2022년은 FA시장의 승자였다. KCC는 이른바 ‘BIG6’라 불린 대어들 가운데 이승현, 허웅과 계약하며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발표된 금액은 이들 모두 보수 7억 5000만 원. 이승현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4번이었고, 허웅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스타였다.

하지만 KCC의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020-2021시즌에 활약했던 타일러 데이비스를 재영입했지만, 재활을 이유로 차일피일 팀 합류를 미룬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승현 역시 KCC와 계약한 직후 발목수술을 받은 여파로 오프시즌 훈련을 소화하는 데에 제약이 따랐다. 설상가상 허웅은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즌 중반 발목부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다.

KCC는 16승 15패로 중위권에 오른 것도 잠시, 이후 10경기에서 1승 9패에 그치며 중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6, 7위를 오간 KCC의 최종 성적은 6위였다. SK와의 6강에서는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이승현과 허웅을 영입하는 데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실패라 단정 지어도 무방한 성적이었다.

이미 샐러리캡이 포화상태지만, KCC는 다시 돈 보따리를 풀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최준용과의 계약을 매듭지으며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KCC는 그동안 스타급 FA 영입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보수 5억 원 이상의 선수를 영입한 직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적은 없었다. “(송)교창이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하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이적한 최준용은 우승에 한 맺힌 KCC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이청하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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