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 진화] ④“도심 역세권에 ‘전세사기’ 없어요”... ‘한국형 코리빙’ 날개 펼까

백윤미 기자 2023.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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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 개정으로 개발 비용 절감·대규모 공급 가능해져
도심 초역세권에 있고 원주민과 소통 노력
“시·정부 움직여 규제 풀어야 산업 발전할 것”

코리빙 하우스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코리빙 하우스의 대규모 공급이 가능해져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됐다. 다만 용적률이나 용도 규제 완화 등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SK디앤디의 코리빙 브랜드 '에피소드'에 있는 큐브 회의실 전경. 회의실이 크기별로 다양하게 마련돼있고 화상 미팅에 필요한 장비도 설치돼있다. /SK디앤디 제공

세빌스코리아가 지난달 28일 발행한 ‘한국 코리빙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서울 소재의 코리빙 하우스는 약 7000명 정도를 수용하고 있다. 올해 ‘맹그로브 신촌’,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타운 서교’ 등이 새로 공급됐고 하반기 ‘에피소드 용산’이 추가로 공급되면 올해에만 수용 인원이 1000명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또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국내 코리빙 산업은 대형화의 날개를 달게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건축법 개정을 통해 ‘임대형 기숙사’ 용도를 신설하면서 코리빙 개발에서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대규모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초역세권 위치… 전세사기 여파로 관심 급증

영국의 코리빙 하우스와 비교해 국내 코리빙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교외가 아닌 도심에 있다는 것이다. 코리빙 하우스 거주자가 2030 젊은 층이 많고, 이들은 직장 근처나 문화적 인프라가 풍부한 번화가에 살기를 원한다. 이 같은 사고방식이 국내 코리빙 하우스가 도심에 지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런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개발 허가에 대한 장벽이 낮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입주자 뿐만 아니라 지역 원주민들과의 상호작용으로 도심 재생을 꾀한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야놀자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가 합작해 만든 코리빙 하우스 ‘헤이’ 신정점은 노후 빌라가 모여 있는 KT 통신시설 유휴 부지에 들어서 도심재생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지역 기반의 소상공인과 입주민이 같이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어 소통을 꾀했다.

올 들어선 전국을 뒤덮은 ‘전세사기’ 사건 이후 보증금 반환 등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면서 코리빙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에 따르면 22년 4분기 대비 23년 1분기의 입주 문의량이 약 152% 증가했다.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시점이 2022년 12월이다.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를 운영하는 SK디앤디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행 중이던 2020년 초반 에피소드 성수점을 오픈했을 때 거의 만실이었고, 이 때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을 해 이듬해 4개 지점을 오픈했다”면서 “전세사기 사태를 겪으면서 월세 시장이 커지고, 청년층에서 높은 월세에 대한 저항선이 낮아지면서 코리빙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비상’ 준비 중인 韓 코리빙… 국내·외 수상 성과도

국내에서도 이미 다양한 코리빙 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서울 강남·서초·성수 등 6개 지점에서 약 3800가구를 운영 중이다. 도심 역세권에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보증금은 5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다양하며, 임차료는 월 50만원대~400만원대다. 최소 100가구부터 최대 600가구가 넘는 대규모로 운영된다. 화상 회의 장비를 갖춘 큐브 회의실, 강연이 열리는 컨퍼런스 홀 등이 있으며 가구 구독과 기계식 주차 발렛 시스템도 갖췄다.

MGRV의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의 큐레이션 서가 전경. /MGRV 제공

MGRV의 ‘맹그로브’는 서울 신촌·동대문·숭인·신설 등 4개 지점에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보증금은 300만~500만원 선이며 임차료는 50만원대~100만원대다. 입주자가 커뮤니티 주최자가 돼 요리, 그림, 업사이클링(Upcycling) 클래스 같은 ‘소셜 클럽’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유니언플레이스의 ‘유니언타운’은 서초·당산·한남 등 6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보증금은 300만원, 임차료는 월 85만~120만원이다. 비교적 소규모로 운영되지만 유니언타운 건물에 입점한 편의시설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입주자들은 영어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레스토랑과 카페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코리빙 기업들은 국내외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호스피탈리티의 오스카’로 불리는 영국 ‘2021 서비스드 아파트먼트 어워드(2021 Serviced Apartment Awards)’에서 베스트 코리빙 개발 부문에서 우승했다. MGRV의 맹그로브 숭인점은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에서 수상했다.

코리빙 기업 유니언플레이스가 운영 중인 복합 문화 공간 ‘유니언타운 한남점’. 이태원역 근처 낡은 고시원 건물을 매입해 지었다. /유니언플레이스 제공

◇용적률·용도 규제가 발목… “시·정부 움직여야”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코리빙 사업자들의 주요 고민은 코리빙에 적합한 건물과 부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용적률이나 용도 규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수 등 준공업지역의 경우 용적률 규제 때문에 가구 수를 늘리지 못한다. 호텔을 개조해 코리빙 하우스를 만들 경우 호텔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거나 지구단위계획에서 주거 비율의 제한이 있다는 점도 사업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박지빈 유니언플레이스 이사는 “코리빙 시장이 지금 막 끓어오르는 단계에 있는데 이런 문제들로 막상 딜 소싱(Deal Sourcing)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 ‘사면초가’ 상황”이라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코리빙 운영자들의 입장을 듣고 시나 정부에서 빨리 움직일수록 산업도 성장하고 청년 주거 공급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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