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는 국가 간 경쟁…지금 승패가 앞으로 수십 년 좌우"

대담=강기택 산업1부장, 정리=이강준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3.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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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동차 업계가 100년 만에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기업만 열심히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는 기업과 국가가 한 몸이 되어야 하는 국가 간의 경쟁이다"

서초동 자동차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자동차보다는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내연기관차 시절과 달리 이제는 IT·AI 기술 발전과 함께 UAM(도심항공교통),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업종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이 일어나고 있어 단순히 '자동차'라는 단어로는 그 의미를 전부 담아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취임한 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로 명칭이 바뀐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강 회장은 2년마다 열리는 서울모터쇼의 이름도 올해부터 서울모빌리티쇼로 바꿨다.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인 도쿄 모터쇼도 서울모빌리티쇼를 벤치마킹해 이번 회차부터는 재팬'모빌리티'쇼로 개편된다.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은 강 회장은 미래차로의 전환기에 업계가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차지원특별법 등 정책건의를 꾸준히 해 왔다. 정부도미래차 등 6대 산업에 대한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다각적으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취임 후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셨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업계가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제안하는데 많은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정부의 6대 전략 기술 산업에 미래차가 포함되는 등 자동차 업계가 패러다임 변화에 조금 더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초석을 함께 만들어 나간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크게 느낍니다. 산업의 전환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이 글로벌 입지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회 요인을 발굴해 주도적으로 대응하자"는 경영방침으로 소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기회요인이라고 보십니까.
▶100년 전 벤츠의 가솔린차를 시작으로 마차 시대에서 내연기관차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내연기관의 시대의 후발주자였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오히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인 토요타보다도 앞서고 있습니다. 미래차 시대를 맞아 입지를 확보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봅니다.

-기회의 반대편에 위기 또는 위험요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인력 수급 문제입니다. 지금은 SW(소프트웨어) 시대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를 수도 없이 강조하는데 테슬라가 SDV로 시작해서 마치 아이폰처럼 독자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자동차 업계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전문 SW, AI 인력입니다. 자동차 분야에만 관련 인력이 3만5000명이 필요합니다. 민관 협력을 통해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2022년 자동차산업 인력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업계 종사자 25만명 중에서 미래차 전용군은 2%에 해당하는 5000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기술/연구개발(36.6%)', '자율주행 SW 기술/연구개발(31.7%)'의 인력이 다수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가속되면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입니다. 인력 지원을 위한 민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노동시장도 너무 경직돼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부품업계는 물론 완성차업계도 인력 전환을 해야 합니다. 전기차는 인력 수요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이미 GM(제너럴모터스)·포드부터 해서 수만 명씩 인력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전동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파견제도 확대, 근로 시간 유연성 확보가 시급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가야 합니다.

-노사 문제와 관련해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를 한층 더 불안하게 할 것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이 더 격해질 것이 자명합니다. 사용자 범위의 모호성과 함께 쟁의행위 범위가 확대될 경우 파업만능주의가 고착화 돼 노조의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를 합법화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 분쟁이 폭증할 우려가 있습니다. 노사관계는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사용자 같은 표현이 있으면 6차 협력 업체까지 있는 완성차 업계의 경우 수만개 협력 업체가 협상장으로 나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1년 내내 노사협상만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동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래차지원특별법에 상당한 공을 들이셨습니다.
▶지금은 개별적인 법 몇 개 만들어놓고 알아서 챙기라고 합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사업전환재편법이라든지 대한상의 지원센터 등도 있긴 한데 굉장히 산발적입니다. 정보 제공부터 컨설팅, 부품개발 시 연구·개발 비용 지원, 수요처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자는 게 특별법의 취지입니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3~4개 제안돼있는데 1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 기업들은 목말라하는데 아직까지도 제도를 심의도 안 했다는 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민생을 좀 더 살펴줬으면 좋겠습니다.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부품 업계의 생존도 같이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엔진, 변속기 하다못해 머플러를 만드는 기업도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엔 없어질 부품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전기차나 수소차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다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자동차 분야에 국한될 게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컨대 엔진 전문 기업이 항공 분야로 진출하는 방식 말입니다. 사업전환·다각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합니다.

-모빌리티 관련 규제를 과거 영국의 '레드 플래그법'과 유사하다고 평가하셨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비전과 산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타다, 원격의료진료 등은 국민은 편리한데 기존 사업자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새로운 모빌리티가 나오면 더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국민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허용을 해줘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이를 기피한다면 100년 전 영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 중심으로 규제가 만들어져선 안 됩니다. 신기술이 나오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이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남은 하반기와 내년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총론은 다 만들어 놓았는데, 막상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차·포를 떼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현 정부는 모빌리티 지원에 전향적인데, 세부 지원 사항을 좀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또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르노코리아, GM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도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전기차 전환에 잘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대담=강기택 산업1부장 acekang@mt.co.kr 정리=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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