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건설강국 코리아

이정혁 기자 2023.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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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정부가 '해외 수주 5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고 지난해부터 해외 건설에 대한 전방위 수주 지원에 나선 것이 민간 채널의 한계를 보완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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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현대건설이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는 모습. 서명 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뒷줄 가운데)과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국토부
현대건설이 지난 1976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King Fahd Industrial Port) 프로젝트엔 여전히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란 칭호가 붙는다. 해안으로부터 12㎞ 떨어진 수심 30m의 페르시아만 한가운데에 30만t(톤)급 유조선 4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해상유조선 정박 시설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공사 규모를 단순하게 보자면 해발 300m짜리 산을 바다에 통째로 메우는 것으로, 실제 콘크리트 작업량은 110만m³(11만 리터)에 달했다고 한다. 수주액은 당시 세계 건설 공사 사상 최대인 9억6000만 달러였는데 이는 그 시절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 전역에 한국 건설산업의 기술력을 제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중동 붐'으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는 국가 외화 수입의 85%를 차지해 우리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지난달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을 따냈다. 한국 건설업계가 중동 시장 진출 반세기 만에 거둔 최대 실적이다.

이 사업은 사우디 최대 규모의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당장 '제2의 중동 붐'이 다가왔다고 보기엔 고려할 국제 변수가 많지만 이번 성과의 의미는 남다르다. 최근 사우디가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를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2030세계 박람회(엑스포) 경쟁국인 한국 기업을 낙점한 것은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서 우리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해외 플랜트 수주 실적'을 보면 중동 지역은 70억2000만달러(약 9조1500억원)로, 10억8000만달러(약 1조4100억원)에 그쳤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2.3% 증가하는 등 일단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정부가 '해외 수주 5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고 지난해부터 해외 건설에 대한 전방위 수주 지원에 나선 것이 민간 채널의 한계를 보완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과 올 초에 이어 지난달까지 사우디에만 3차례에 걸쳐 직접 방문했다.

특히 사우디 '네옴시티',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전례 없는 대규모 수주전이 임박했다. 수주 여부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해외 건설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각종 수주전이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대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해외 건설 시장이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앞으로도 정부와 민간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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