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상향 기조 꺾였다…하반기 캐피탈·저축은행 강등 예고
신평사 3사 등급 상하향배율 0.56배…신용등급 하향 기조
건설·석유화학업계 등급 하락에 자금 조달 우려↑
하반기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등 신용도 추가 하락 가능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올들어 신용등급 하향이 상향을 크게 웃돌면서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도 1배 밑으로 떨어졌다.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도 불확실한 만큼 등급 전망에도 먹구름이다. 특히 제2금융권을 필두로 일부 업종에서는 등급 추가 하락이 예고된 상태다. 그나마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서비스업종은 신용도 상승을 기대해볼 만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급환경 악화에…석유화학 기업 영업적자 기조
9일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 신용등급 변동 현황(중복포함)을 분석한 결과 등급 상하향배율은 0.56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1.7배)과 비교했을 때 하향 기조가 우세했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으로 1배 이상이면 등급 상향이 하향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업부문에서는 석유화학의 업황 악화로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됐다. 신평사 3사 모두 롯데케미칼(011170)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한신평과 한기평은 여천NCC를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신평과 나신평은 효성화학(298000)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주원료인 납사(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환경이 악화됐다. 또 석유화학 제품은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주로 소비되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길어지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신평은 “(석유화학 산업은) 향후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산업 내 신규 인수합병(M&A), 사업부 매각 등의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업체별 재무부담 추이와 투자 성과에 기반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 기존 사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 업종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조달환경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신평사 3사 모두 태영건설(009410)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으며, 한신평과 한기평은 한신공영(004960)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한기평은 “하반기에는 분양성과와 운전자본부담 수준, 프로젝트별 사업성에 따른 부동산 PF 우발채무 리스크 수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수주 물량 증가…항공업, 여객 수요 회복
반면, 조선·항공 업종에는 신용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조선의 경우 건조량 확대와 고선가 수주 물량 증가로 수익성 제고가 예상되며, 항공의 경우 국제 여객 수요 회복과 여객기 가동률 상승으로 수급여건 개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신평과 나신평은 HMM(011200)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기평은 한화오션(042660)(구 대우조선해양)을 BBB-(긍정적 검토)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A-), 현대삼호중공업(BBB+) 등은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높아졌다.
한기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주여건 악화로 매출이 축소돼 조선사들은 2021~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고선가 물량의 건조 비중이 높아지며 본격적인 매출 증가와 수익성 제고 추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신평도 “특히 한국 조선사의 경우 수주 규모는 감소했으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의 우수한 수주 경쟁력이 유지 중”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항공(003490)(BBB+)과 티웨이홀딩스(004870)(B-) 등 항공 업종을 필두로 CJ CGV(079160)(A-), 파라다이스(034230)(A-) 등 서비스 업종까지 등급전망이 오름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수요 회복에 따른 수혜를 입으면서다.
하반기, 신용등급 하락 우려 큰 곳은?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게임 등 일부 업종에서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 조정이 예견된다. 한국토지신탁(034830)(A), 웰컴저축은행(BBB+), 오케이홀딩스대부(BBB), 에이캐피탈(BBB) 등이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았다.
특히 금융 부분에서는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우려와 유동성 관리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우호적인 금융환경과 유동성 증가로 2017년 이후 신용등급 상향 기조가 이어져 왔으나, 올해 들어 하향세로 급반전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여부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급증하고,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이 위축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현재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연착륙의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나신평은 “금융업권은 호황기에 선제적으로 적립해 놓은 대손충당금에 대주주의 추가 유상증자를 더해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거세지는 부채의 역습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한기평도 “주요 금융업종 8개 중 5개 업종(신용카드, 부동산신탁, 할부리스, 증권, 저축은행)의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이고, 실적 방향도 지난해 대비 저하될 전망”이라면서 “조달 및 대손 비용 증가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부실화 위험,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계속해서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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