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보다 뒤에 있는 선수들 믿어라”…독수리 군단 젊은 투수들 일깨운 베테랑 안방마님의 한 마디 [MK인터뷰]
“삼진도 중요하지만 (투수들이)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믿었으면 좋겠다.”
‘독수리 군단’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지난 2005년 이후 18년 만에 8연승을 달리는 등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즌 성적은 33승 4무 40패(10일 기준)로 아직 9위이지만,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NC 다이노스(37승 1무 38패)와는 불과 3경기 차로 언제든지 중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3년 간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 시즌 초반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화가 이처럼 반등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투수진의 안정화다.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3.92로 나쁘지 않다.
한화 마운드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꾸준히 지속됐던 사사구 남발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젊은 투수들을 일깨운 최재훈의 한 마디가 있었다.
최재훈은 “항상 어린 투수들에게 ‘가운데 던져도 범타가 나오고 못 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어렵게 던져서 타자를 잡으려고 하냐. 삼진도 중요하지만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투수들에게) 공을 던지고 나서 그 뒤의 상황은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그 뒤에는 수비수들이 해주는 것이다. 막상 초구에 안타 맞으면 공 한 개로 끝난다. 공 한 개 던졌는데 범타가 나오면 투구 수가 세이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투수들이 하다보니 더욱 자신있게 안 피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특급 유망주 문동주 역시 최재훈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였다. 지난해 데뷔시즌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56을 올렸던 그는 올해 선발진에 안착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3.69를 마크 중이다.
최재훈은 “문동주는 팀의 에이스다. 아직은 어리고 배울 점도 많다. 올라갈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피하지 말라고 했다. ‘왜 에이스답지 않게 공을 버리냐’, ‘에이스가 왜 공을 버려야 되는지 모르겠다. 최고 구속도 160km가 나오는데, 뭐가 무섭다고 어렵게 상대해 삼진을 잡으려고 하냐. 어차피 안 그래도 삼진 잡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며 “(문동주가 안 좋았을 때는) 어리고 시합을 많이 안 해 봤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씩 배우고 시합도 많이 나가 선발투수로서 안정됐다. 내년, 내후년 등 더 길게 봐야 되는 투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팀 타자들에게 문동주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보다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제가 문동주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했다. ‘안우진도 가끔씩 무너지는데 뭐가 무섭냐. 베테랑 투수들은 볼 배합을 하면서 투구를 하지만 너는 볼 배합이 필요가 없다. 그냥 가운데 던지면서 타자들을 잡아가면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재훈은 “선발진이 안정됐다. 선발진이 중심을 잡아주니 계투진도 힘을 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선발진이 무너지고 빠져 나가다 보니 계투진에 과부화가 걸렸다. 공을 많이 던지다 보니 많이 힘들어했다”며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다 보니 볼넷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제는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계투진들도 좀 쉬었다. 쉬다 보니 체력이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이처럼 투수진을 잘 이끌고 있는 최재훈은 최근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6월 한 달간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8일 대전 SSG랜더스전(7-9 한화 패)에서 3안타 1타점을 올린 데 이어 9일 SSG전에서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까지 신고, 한화의 7-0 완승에 힘을 보탰다.
“(6월 1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최재훈 성적 5타수 무안타)에서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히다 보니 그때부터 타격감이 떨어졌다. 잘 맞았는데, 타구가 잡히고 정면으로 가다 보니 마음이 계속 급해졌다. 급한 마음에 심적으로 흔들렸고 멘탈도 무너졌다”며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본 그는 이어 “그래서 타격 코치님께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최재훈의 가장 큰 강점은 출루율. 올 시즌에도 그는 0.412라는 높은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그는 “타석에서 최대한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 투수들을 괴롭히려고 한다. 그렇게 투수들이 힘 빠지면 뒤 타자들이 좀 편해질 수 있다. 어떻게든 공을 많이 보면서 살아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재훈은 지난 2008년 신고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7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몇 안 되는 한화 선수 중 하나인 그는 2015시즌과 2016시즌 두산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2018시즌에는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2018년은 현재까지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최근 거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가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고,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마저 더해진다면 가을야구 진출도 꿈은 아닐 터. 이는 최재훈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 팀이 다 젊어졌다. 지금 베테랑들이 뒤에서 좀 받쳐주고 있지만, 결국엔 어린 선수들이 해줘야 된다. 우리 팀이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야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안 무너졌으면 좋겠다. 시합을 지든 이기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한화가 약하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독려했다.
계속해서 최재훈은 “한화를 두고 ‘고춧가루 부대(하위권에 머물며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에게 일격을 가한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 묵묵히 1승, 1승 하다보면 다른 팀도 한화를 만났을 때 ‘무서운 팀이 됐구나’, ‘강 팀이 됐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그래야 내년, 내후년도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저는 어린 선수들이 가을 야구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베테랑은 나중에 그만 해야 되는 나이가 온다. 제가 있을 때 가을야구 하면서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어린 선수들이 한화를 이끌면서 가을야구를 가고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최재훈은 “저도 두산에 있을 때 우승을 맛봤고, 여기와서 가을야구를 해 봤기 때문에 느낌을 안다. 어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안일한 생각을 가지지 않고 더 발전해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는 야구’, ‘끈기있는 야구’를 선보였으면 좋겠다”며 “힘들 때도 있겠지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 한화는 더 강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경험까지 하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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