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포항 기운인가?"…9G차 우스웠던 공포의 미러클 두산, 이승엽이 다시 깨우나

김민경 기자 2023. 7. 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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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가 7월 8전 전승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네요. 감독님의 포항 기운을 받고 와서 그런가."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의 말이다. 7월 8전 전승을 이끈 당사자도 이유를 도통 모르겠는 눈치다. 두산은 지난 1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9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8연승을 질주했다. 6월까지 6위에 머물렀던 두산은 시즌 성적 41승36패1무로 승패 마진을 +5까지 늘리며 단독 3위를 굳히고 있다.

8연승은 이승엽 감독 체제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마지막 두산 8연승은 지난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현 키움)전부터 그해 6월 14일 대전 한화전까지로, 1851일 만에 8연승 행진이다. 두산은 위 기간 6월 16일 대전 한화전까지 10연승 했다. 10연승은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 '약속의 땅'으로 삼았던 포항에서 탄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항은 이 감독이 KBO 최초 400홈런을 달성한 구장인데, 두산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포항에서 치른 삼성과 주중 3연전을 모두 잡으면서 8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역전승을 거둔 게 상승세에 큰 힘이 됐다. 이 감독은 이제 선수가 아니기에 더는 포항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포항은 사령탑 이승엽에게도 승리를 선물했다. 양의지가 "포항의 기운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배경이다.

이런 상승세면 2019년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미러클 두산까지 깨울 기세다. 두산은 그해 9경기차까지 앞섰던 1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시즌 막바지 맹렬히 추격해 끝내 기적을 썼다. 144번째 경기였던 10월 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6-5로 신승하면서 88승55패1무로 SK와 승률까지 똑같이 맞췄다. 당시 KBO 규정에 따라 상대 전적 우위로 1위를 가리게 됐고, 두산은 SK에 9승7패로 앞선 덕에 KBO 역대 최초로 경기차 없는 1위에 올랐다. 그 기운을 이어 키움과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을 거둬 구단 역대 6번째이자 마지막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현재 2위 SSG(46승31패1무)와 5경기차, 1위 LG 트윈스(49승29패2무)와는 7.5경기차다. 이미 2강 체제로 굳혀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좁히기 쉽지 않은 거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은 현재 시즌 6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019년 9경기차를 뒤집었던 때를 되돌아보면 경기차나 남은 경기 수는 올해가 더 도전해볼 만하다. 공교롭게도 11일부터 13일까지 치르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상대가 SSG다. 이 시리즈 결과에 따라 2위와 확실히 거리를 좁힐수도 확 벌어질 수도 있다.

▲ 정수빈(왼쪽)과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이적 첫 홈런을 친 박준영 ⓒ 두산 베어스

물론 지금은 그때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도, 선수단 구성도 많이 다르다. 2019년과 비교하면 젊고 변수 많은 선수들이 포진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끌고, 미러클 두산을 직접 경험한 김재호, 양의지,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김강률, 이영하, 박치국, 김명신 등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양의지는 올해 친정 두산과 4+2년 152억원 FA 계약을 하고 복귀하면서 "다시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임무"라고 밝혔는데, 안방마님이자 4번타자로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양의지는 "이기니까 조금 더 분위기가 밝은 것 같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전승을 해서 전반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고, 후반기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반기 남은 3경기 집중해서 1승이라도 추가하고, 끝날 때는 5등 안에만 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지금 순위에서는 조금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7월 두산의 투타 밸런스는 역대급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1.85 압도적 1위다.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최원준-김동주까지 선발진이 탄탄하게 돌아가고 있고, 불펜은 점수를 주는 법이 없다. 7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0.90에 이른다. 김명신이 6경기에서 무려 8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면서 1승4홀드를 챙겼고, 홍건희-정철원-이영하-박치국-최승용-김강률까지 누구 하나 구멍이 없다.

▲ 7월 전승 일등공신 김명신 ⓒ 두산 베어스
▲ 생애 첫 만루홈런을 친 강승호(왼쪽에서 3번째) ⓒ 두산 베어스

타격이 골고루 살아난 게 가장 고무적이다. 7월 팀타율 0.302, 홈런 7개로 모두 2위다. 주축 가운데 베테랑 양의지가 타율 0.478, 김재호가 타율 0.438로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게 했던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7월 들어 0.375를 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강승호(0.314) 장승현(0.313) 허경민(0.308)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로 FA 이적한 박세혁의 보상선수 박준영마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준영은 지난 7일 1군에 처음 콜업돼 3경기에서 8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안정적인 3루 수비까지 더해 이 감독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 감독은 일단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원래 능력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나와야 할 잠재력이 조금 늦게 나왔을 뿐이라 생각하고 싶다. 많이 기다렸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해 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당장 8연승에 기쁠 필요도, 언젠가 연승이 끊겼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1승씩 차곡차곡 쌓다 보면 시즌 마지막에는 함께 웃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 감독은 "앞으로 더 힘든 시기가 많이 남았다. 들뜨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준비한대로 경기를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며 일단 전반기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길 기대했다.

▲ 8연승의 기세를 이어 두산은 이제 2위 SSG 랜더스와 맞붙을 인천으로 향한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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