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한국은 '영아 유기'…美는 '영아 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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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없는 '유령 영아'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맡겼다 해도 유기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어 경찰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형법상 유기죄, 영아유기죄 등을 적용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행위는 형법상 유기·영아유기 또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으로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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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없는 '유령 영아'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맡겼다 해도 유기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어 경찰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라는 점에서 처벌은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미신고 아동 664건을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뢰받아 이 가운데 598건을 수사 중이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영아 중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오전 기준 서울에서 출생 미신고로 수사 의뢰된 28건 중 27건이 베이비박스 위탁 사례로 확인됐다. 이밖의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유령 영아'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형법상 유기죄, 영아유기죄 등을 적용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정상을 참작할만한 이유가 있는지 등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적용 죄목을 정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행위는 형법상 유기·영아유기 또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형법상 유기는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피보호자를 버리는 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경찰이 아동유기를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세진다.
반면 영아유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가 가장 낮다. 영아유기는 감경 조항이기 때문에 적용 조건이 까다롭다. 부모나 조부모 등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영아를 유기했을 때 적용된다.
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맡겼다가 적발된 경우 부모로서 책임을 저버렸다고 보고 대부분 처벌한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17년 경기 군포시에 있는 한 교회 베이비박스에 생후 2일 된 아이를 맡긴 동거 관계의 남녀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생후 2일 된 아이를 양육하지 못하고 아이를 유기한 것은 부모로서 도리를 저버린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양을 보내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처벌의 이유다. 2021년 인천지법은 2015년 당시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사실혼 부부에게 이 같은 이유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판결에서 보듯 실제 형 집행은 없는 집행유예 판결이지만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엄벌주의가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영아유기 구성요건을 보호 없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본다면 베이비박스의 경우는 보호 의무를 제3자에게 맡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맡겼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작다"며 "부모를 처벌하는 것보다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처벌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베이비박스 등 아이를 안전한 곳에 맡겼을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해외 사례로는 2008년 미국 전역에 도입된 '안전한 영아 피난처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한때 양육 포기와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이들이 숨지는 사례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행됐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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