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라이벌' 롯데·신세계, 각자 다른 길 걷는 이유

김태헌 2023. 7. 1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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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화학 매출이 유통 넘어서…신세계, M&A 통해 유통 시장에 집중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최근 유통 산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롯데는 유통에 집중됐던 그룹 역량을 화학 산업 등으로 분산시키며 리스크 줄이기에 돌입했지만, 신세계는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오히려 유통시장 내 존재감 키우기에 더욱 몰두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 'Every Step for Green' 전시를 찾은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지주]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 매출이 유통 사업 실적을 최근 2년간 연속해 앞질렀다. 롯데지주의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84조8천억원이며 이중 화학 부문은 33.8%(28조6천594억원)를 차지한다. 유통 부문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21조6천606억원으로 전체의 25.5% 수준이다.

롯데의 유통이 화학 부문에 따라잡힌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정체와 그간 그룹 차원에서 화학 부문 투자를 지속한 결과로 분석된다.

롯데의 화학 부문은 유통과 함께 그룹을 지탱하는 양 대 산업으로 신동빈 회장 역시 롯데케미칼(전 호남석유화학) 근무 경험이 있고, 아들 유열 씨도 롯데케미칼에서 현재 상무로 재직 중일 만큼 그룹 내 중요 사업군이다.

또 롯데는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개 테마를 통해 '뉴롯데'로 재탄생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헬스앤웰니스를 위해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는 전지소재·수소·리사이클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 집중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자율주행·파생 서비스, EV 충전 인프라, UAM 등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 유통이 아닌 신사업인 셈이다.

그렇다고 롯데가 유통 사업에서 힘을 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백화점과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에서 변화를 통한 성장을 도모 중에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식료품 배송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오카도 물류센터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2년 까지 온라인 식료품 매출을 5조원까지 끌어 올린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인천광역시청에서 열린 '스타필드 청라 비전선포식'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필드 청라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신세계그룹]

반면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에 집중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신세계의 경우 롯데처럼 화학 등 굵직한 B2B(기업대 기업) 사업이 크지 않은 만큼 신산업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지만, 반대로 '가장 잘하는 사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총괄사장이 백화점 부문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는 이커머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전 지마켓글로벌)를 인수하며, 전체 매출 규모로는 쿠팡에 이은 국내 2위 이커머스 사업자 자리를 차지했으며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지분을 글로벌에서 100%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펼치고 있다. 또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식음료와 외식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면세점‧SSG닷컴‧G마켓‧스타벅스 등 핵심 계열사 혜택을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론칭하며 '락인(Lock-in)' 효과를 통한 매출 확대에도 나섰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 역시 매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12조4천939억원, 영업이익 6천454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신세계 강남점은 매출 기준 글로벌 백화점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매출 1위로 영국 해롯 런던(2조5548억원), 일본 한큐 우메다(2조4581억원),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1조4162억원 이상)보다 높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별도 경영을 통해 성장을 지속해 온 신세계그룹은 2008년 이후 15년간 30대 그룹에 연속 해 이름을 올린 17개 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자산총액은 2008년 11조 9천560억원에서 지난해 60조 4천870억원으로 405.9% 늘었고, 매출액도 11조 1천510억원에서 37조 9천580억원으로 240.4% 증가했다. 유통 부문에서의 성장으로만 15년 간 4배의 몸집을 키운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두 기업의 성장 전략에 대해 "롯데의 경우 화학 사업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다, 배터리 등 신사업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출 다각화에 성공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고, 신세계그룹에 대해서는 "잘하는 사업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통해 국내 유통 부문에 대한 투자와 이커머스 시장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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