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다녀갔지만, '설명' 노력 충분했나?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7.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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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박 3일 일정 마무리하고 9일 오후 뉴질랜드로 출국
언론 인터뷰에 유국희·박진 면담, 민주당도 만났지만…
日과 달리 한국에선 전체 기자회견 없이 개별 인터뷰만
민주당 "대안 검토, 오염수 방류 일정 연기 요구 답변 회피"
"국제 거버넌스로 해양 생태계 검증엔 '진지하게 검토' 답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류영주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짓고 9일 뉴질랜드로 떠났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박진 외교부 장관, 더불어민주당과도 만났지만 오염수 방류에 반발하고 있는 국내 여론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았는지, 설명을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의원들과 만남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태도는 개방성과 존중이며, 저희가 진행했던 임무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결론에 도달했는지 명확하게 잘 보여줄 예정이다"며 "저희가 내린 결론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결론내려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우려에 대해서 현재도 이해를 하고 있고, 이행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잘 실천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IAEA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그 절차에 있어서 계속해서 검토를 하기 위해서 수년, 수십년 동안 상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하지만 비공개 전환 뒤 그로시 사무총장은 대안 검토와 오염수 방류 일정 연기 등에 대해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개, 비공개 질문에 대해 그로시 총장은 답변하지 않고 추후에 계속 대화하겠다, 서면으로라도 답변하겠다고 일관했다"며 "우리의 대안, 방류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품고 있는 질문과 의구심에 대해 오늘 면담을 통해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는 크게 3가지로, △해양방류 외 검토되고 있는 5가지 대안에 대해서 다시 검토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자는 제안 △ 인접국들에 대해 충분한 자료와 검증이 제공될 때까지 해양방류를 연기하도록 일본에 요청해 줄 것 △ 세계보건기구(WHO)처럼 보건·환경·인권과 관련된 여러 국제기구와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와 인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 검증하는 것이라고 이 원내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첫 번째와 두 번째(해양방류 재검토와 연기)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 분석하고 검증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며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IAEA는 해양방류의 재검토나 연기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은 채 이를 사실상 용인한 셈이고, 장기적인 생태계 영향성 검토에 대해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답한 모양새가 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류영주 기자


언론을 통한 대국민 설명도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일본에 머무르면서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기자회견을 두 차례 실시하는 등 최소 4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한국에서는 전체 언론사 대상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5개 남짓한 언론사들과 별도 인터뷰만을 진행했다. 이는 충분한 설명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와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는 일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국 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해양 방류가 유일하거나 최선의 방식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정치적인 결정이고, 정치적 결정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만일 원자력 안전 조치를 어기는 일이 있다면, 그때 그건 맞지 않다고 말할 권한이 있을 뿐"이라고 한 일이 대표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는 당초 지하매설, 수소방출, 대기방출, 지층주입 등 5가지 방식이 논의됐지만 일본은 기술적·현실적 여건 등을 이유로 해양방류를 택한 바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정치적 결정'이라고 언급한 것은 기존에 '과학적 접근'이라고 했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르긴 하지만,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취지로 읽히기도 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인터뷰에 이어 8일 오후 4시쯤 유국희 원안위원장과 약 30분 동안 만나 최종 보고서에 대해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오염수 방류시 IAEA의 후속 검증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의 지속적 참여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이후 인근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했다. 박 장관은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하에 오염수 방류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정성이 검증돼야 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뉴질랜드로 출국,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강한 태평양 인근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이러한 행보를 감안해 보면, 더욱이 쿠로시오 해류로 인해 오염수가 방류되고 나면 삼중수소 등이 곧장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평양 인근 국가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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