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10대 때 나이 속여 방송 출연한 사연은?

지유리 2023. 7.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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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한두살씩 어려지게 됐다.

그런데 1970년대엔 오히려 늙어 보이려고 나이를 올린 가수가 있어 훗날 동료 가수끼리 다툰 사건도 많았다.

그중 가수 이은하는 성숙한 외모로 나이를 올린 것이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나이가 많은 동료에게 선배 대접을 받았고 그 선배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황당해했다는 에피소드가 훗날 회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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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하 ‘밤차’

6월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한두살씩 어려지게 됐다. 대중은 젊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1990년대에는 연예인이 어려 보이도록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1970년대엔 오히려 늙어 보이려고 나이를 올린 가수가 있어 훗날 동료 가수끼리 다툰 사건도 많았다. 그중 가수 이은하는 성숙한 외모로 나이를 올린 것이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이은하는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노래 ‘봄비’의 원곡자로 젊은층에 알려졌지만 그의 출세작은 1978년 발표한 ‘밤차’다. 이은하는 1961년생으로 아코디언 연주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12세인 1973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이후 무명 가수로 지내며 음반을 발표했지만 한동안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한편 1970년대 후반 미국 팝 음악계는 디스코 장르가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1977년 개봉한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다. 영화 속 존 트라볼타는 나이트클럽의 현란한 조명 아래서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Stayin’ alive)’ ‘나이트 피버(Night fever)’에 맞춰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르는 춤을 춘다. 검지를 하늘로 뻗는 ‘찌르기 춤’을 보여주는 영화 포스터는 디스코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디스코가 인기를 끌자 우리 가요계에서도 관련 곡이 발표됐는데 바로 이은하가 부른 ‘밤차’였다.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 이젠 잊어야 하네/ 잊지 못할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 헤어졌다 또 만난다네/ 기적 소리 멀어져가네/ 내 님 실은 마지막 밤차.”

이은하는 이 노래가 히트하자 방송 출연을 해야 했는데 당시 KBS 규정상 17세 이하는 방송에서 대중가요를 부르지 못했다. 결국 열일곱살 이은하는 1958년생(20세)으로 나이를 속여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무대 위 그는 20세 후반으로 보인다. 그는 춤을 추지 못해 고민 끝에 손가락으로 찌르는 동작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아마도 존 트라볼타의 동작에서 착안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밤차’의 성공으로 대중은 그녀를 오랫동안 1958년생으로 알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동료에게 선배 대접을 받았고 그 선배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황당해했다는 에피소드가 훗날 회자하고 있다.

보통 오래 살다가 생을 마감한 사람을 ‘천수(天壽)를 누렸다’라고 한다. 천수는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란 뜻이다. 이 말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과유불급으로 명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욕심 없이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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