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풍선효과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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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참 많은 형님들이 계신다.
특히 농사를 시작하면서 많은 형님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내 바로 윗 형님이 오십대이기 때문에 여든이 넘으시지 않으면 나는 여간해선 다들 형님으로 모신다.
하지만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청창농 사업)이 이 부분을 해결해줌으로써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나도 이 덕에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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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참 많은 형님들이 계신다. 특히 농사를 시작하면서 많은 형님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내 바로 윗 형님이 오십대이기 때문에 여든이 넘으시지 않으면 나는 여간해선 다들 형님으로 모신다. 고령화된 농촌사회에서, 이는 청년농부가 농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농사는 초기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고, 일정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청년이 귀농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청창농 사업)이 이 부분을 해결해줌으로써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나도 이 덕에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다. 청창농 사업은 좋은 점이 많고 나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풍선의 한쪽을 꾹 누르면 풍선의 다른 쪽 어딘가는 부풀어 오르고, 더 강하게 누르면 결국 풍선은 ‘펑’ 하고 터지게 된다. 풍선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는 사회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하는데, 나는 혹시 청창농 사업이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국가에서 책정한 농업 예산은 2022년 16조8767억원에서 2023년 17조2785억원으로 약 2.4%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예산 편성 금액이 일정하거나 감액한 수준이지만, 청창농 사업만큼은 2022년 대비 지원금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농업 예산에서 청년 예산은 비중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청년이 혜택을 받는 만큼 기존의 농민, 즉 고령농의 혜택이 축소됐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정책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많은 부분에서 청창농에 대한 우대가 많다. 쉬운 예로 농지은행을 볼 수 있다. 농지은행에서 청창농에게 최우선으로 농지를 임대해주기 때문에 청창농이 아니면 농지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기존의 농민은 농지은행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땅을 구입해 빌려주는 공공임대용 땅의 경우 청창농에게 1인당 3만㎡(9000평)가 우선적으로 부여된다. 이 땅의 대부분은 ‘답’이고, 이 땅을 빌릴 경우 벼를 재배할 수 없다. 그러면 밭작물이나 시설작물 등을 재배해야 하는데 4000㎡(1200평) 고추농사에도 허덕이는 필자로서는 너무 과한 우선권이라고 느껴진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청창농의 명의로 땅을 임차하고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 정도다. 농지를 제외하고도 청창농을 우선으로 하는 지원사업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기존의 농민들은 자신들의 몫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고령화된 농촌의 주류는, 고령화된 ‘형님’들이다. 청창농은 지금의 혜택에 취해 있으면 안된다. 청창농인 우리가 지금 누리는 불균형한 혜택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지속적으로 청창농 지원사업을 바르게 정립해 청창농과 기존 농민의 혜택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지금 청창농 사업에 대한 비판은 ‘신념’으로 들리지만, 고령농이 되고 나서 청창농 사업을 비판하면 ‘푸념’으로 들릴 뿐이기 때문이다.
박홍근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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