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주인공이 돼라" 이적 반시즌만에 리더가 됐다…롯데가 80억 사령관 품은 이유

조형래 2023. 7.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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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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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지난 9일 사직 LG전. 6-4로 추격을 당하던 시점에서 롯데 덕아웃 앞이 분주해졌다. 경기 도중 주장이나 구단 근속연수가 오래된 고참급 선수들이 미팅을 소집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이날 역시 그런듯 했다. 그런데 미팅 소집의 주체가 올해 팀에 합류한 포수 유강남(31)이었다.

이날 유강남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투수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 포수 장비를 차고 풀고 또 타석에 나가는 등의 분주함이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대신 덕아웃과 선수들을 면밀하게 관찰했고 기류를 살폈다.

롯데는 LG를 상대로 1회 선취점을 뺏겼지만 이후 타선이 모처럼 터지면서 리드를 잡았다. 유강남도 이 과정에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4회까지 6-1의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4회말부터 롯데 쪽에 먹구름이 드리울만한 상황들이 연거푸 발생했다.

4회말 1사 후 김민석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치고 나가며 추가점 기회를 잡았다. 이후 상대 폭투가 나오며 1사 3루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잠시 오버런했고 방심한 사이 포수 박동원의 3루 송구가 왔고 주루사를 당했다. 허무하게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망연자실하게 덕아웃으로 복귀했다. 이후 윤동희가 우전 안타를 치면서 앞서 상황이 더욱 아쉽게 됐다. 그런데 윤동희마저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해 4회 추가점 기회가 누상에서 증발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이 3회말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7.09 / foto0307@osen.co.kr
[OSEN=부산, 이석우 기자]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이 3회말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7.09 / foto0307@osen.co.kr

추가점을 뽑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주루사 2개가 나오고 5회 스트레일리는 떨어진 구위로 버티려다 위기를 자초했고 수비 실책 등으로 2실점 했다. 6-4까지 쫓겼고 겨우 5회초를 넘겼다.

그러자 덕아웃으로 복귀하던 젊은 선수들을 유강남이 불러세웠다. 유강남은 5회말에 돌입하기 전, 동요하는 선수들을 붙잡고 진정시켰다.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을 했다. 4년 80억 원의 금액으로 롯데에 합류한 뒤 이제 막 반시즌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유강남은 어느덧 선수단에 녹아들고 젊은 선수들과 서슴없이 교류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이미 기존 선수들 내에서 “원래 계속 있던 선수같다”라며 친화력으로 녹아들었던 유강남이었다. 친화력이 리더 노릇으로 연결됐다. 기존 중고참 선수들이 고참이 되면서 젊은 선수들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족했는데 유강남이 이적 반시즌 만에 젊은 선수들을 아우르고 다독일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다. 

유강남은 당시 미팅에 대해 “(김)민석이와 (윤)동희의 주루사가 있었고 다음 이닝에 실점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타석에 들어가서 오히려 너희가 주인공이 돼라. 분명히 남은 이닝 중에 찬스가 온다. 그 기회를 기다리고 너희 것으로 만들어라’라고 전달했다”라며 미팅 내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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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이석우 기자]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LG 트윈스에 7-4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7.09 / foto0307@osen.co.kr

결국 롯데는 5회와 6회 위기를 차분하게 극복하고 6회말 전준우의 밀어내기 사구로 추가점을 얻었다. 황성빈은 8회 김현수의 파울지역 담장에 붙은 타구를 점프해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김민석은 이후에도 리그 최강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안타를 치느는 등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유강남의 주문을 이행했다. 김민석과 윤동희가 주루사로 4회를 어둡게 만들었지만 이들은 테이블세터로 7번의 출루를 해냈다. 1번 김민석은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2번 윤동희는 2타수 1안타 1득점 3볼넷으로 활약했다. 황성빈 역시 호수비에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유강남을 대신해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손성빈도 5회 2루 견제 아웃과 7회 도루 저지로 주인공이 됐다.  유강남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뿌듯한 리더의 소감을 전했다. 

7월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2홈런 3타점 OPS 1.000으로 타격까지 살아나고 있는 유강남. 이제 선수단 내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롯데맨이 됐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했다. 롯데가 80억 안방마님, 사령관을 영입한 이유를 9일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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