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입보장보험 예산규모 초라…“장점 분명, 확대 개편을”
작물 수확량·가격 모두 고려
농가 경영안정효과 확실하나
재정악화로 가입률 하락추세
소득신고 유도로 효율 높이고
품목보단 가구단위 접근필요
올해로 시범운영 9년차를 맞은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이 기로에 섰다. 정부는 지금까지 운영한 농업수입보장보험의 결과를 토대로 이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가 경영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취지를 살려 이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가입률·예산 모두 빨간불=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거나 수확기 가격이 하락한 경우 수입 감소분을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수확량만 보장하는 반면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 수입의 감소분을 보장하는 보험이라고 보면 된다.
시범사업은 2015년 콩·양파·포도 3개 품목(14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2018년 7개 품목(35개〃)으로 대상 품목과 지역이 늘었다. 이후에는 6년째 품목과 지역이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시범 도입 첫해인 2015년 31억원에서 2020년 52억원까지 늘어났던 정부 예산은 2021년 절반 넘게 깎여 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예산은 다시 늘지 않아 올해도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에 투입한 정부 예산이 5331여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규모다.
예산이 줄면서 가입률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20.3%에 달했던 가입률은 2021년 3.0%로 떨어지면서 2015∼2021년 7년간 평균 가입률은 7.3%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평균 손해율은 139.8%로 100%를 훌쩍 넘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100%를 넘어가면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정부가 순보험료의 50%, 운영비 100%를 지원하는 정책보험이지만 손해율이 악화되면 보험의 지속가능성은 담보하기 힘들다.
◆농가 수입안정효과 커…장점은 분명=이런 상황에서 농업수입보장보험을 잠정 중단하거나 폐지하자는 요구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 이유는 보험 가입에 따른 농가들의 수입안정효과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유류비·사료비·인건비 등 농업 생산비가 크게 오르면서 농가들의 경영위험을 덜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서상택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전반적으로 수입안정화 효과에 더 기여한 것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2015∼2018년 농업수입보장보험 가입자료를 바탕으로 가입농가들의 수입안정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보험 미가입자와 비교하면 농업수입보장보험에 가입했을 때 수입 변동 감소율이 양배추는 93%에 이르렀고 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가을감자·고구마·마늘·양파·포도)은 50% 이상 수입 변동이 감소했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도 양배추·마늘·양파 순으로 수입 하락 감소폭이 컸다.
농업수입보장보험에 대한 농가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경남의 한 양파농가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인기가 많아 가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농가들이 많다”며 “농업수입보장보험 운영지역이 아닌 지역의 양파농가들은 가입 기회조차 없어 대상 지역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제도 자체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농가들의 경영안정에 더 도움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한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수입보장보험이 수확량보장보험(우리나라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수를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재정 효율성 높이고 농가 단위 보장해야=이에 농가 경영안정 수단으로써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장점을 살리면서 이를 지속 운영하려면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농업수입보장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낮은 재정 효율성’을 꼽는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매년 품목별 수확량을 전수조사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가들의 실제 수입을 측정하기 위해 수확기 가격과 수확량 정보가 모두 필요한데 수확기 가격은 도매시장 가격이나 지역농협의 가격 자료를 이용해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수확량은 품목별로 전수조사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수입보장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대농으로 수확량 조사가 용이하고 개별 농가가 자신의 매출을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어 수확량을 직접 입력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가 대부분이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매출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에 손해조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수확량 자료를 증빙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손해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2019년 농업수입보장보험을 도입한 일본은 5년 이상의 소득신고 실적이 있는 농민의 경우 보험 보상 한도를 높여주면서 농민의 소득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수입보장 단위를 품목이 아닌 농가 단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농업수입보장보험은 품목별 보험이다보니 여러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수입안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의 세부적인 개편안에 대해선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큰 틀에선 농가의 수입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운영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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