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에도 가계부채 들썩…한은 '금리 동결'해도 색깔은 '매'[금통위폴]②

최정희 2023. 7.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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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3명 전원, 만장일치 금리 동결
네 번 연속 3.5% 동결에도 '3.75%' 가능성 열어둘 듯
물가 연말 다시 3% 안팎으로 오르고 가계대출 증가 우려
13명 중 8명 연내 금리 동결…내년 1분기 또는 2분기 인하
내년 상반기 연준이 금리 내리면 한은도 같이 인하 전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 13명 전원이 금통위원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2월부터 4회 연속 동결이지만 한은은 종전처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파(긴축 선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2%대로 진입했지만 연말 3% 안팎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계대출마저 증가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상환을 위한 추가 대출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연내 인하 기대감은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금통위 “디레버리징이 없는 나라” 걱정


9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13일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 4월, 5월에 이은 4회 연속 금리 동결 전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돌고 있지만 정점을 지나 2%대로 진입함에 따라 기존 누적된 통화 긴축의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7%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5%로 두 달 연속 둔화세가 이어졌다. 다만 이는 한은의 물가 전망 경로내에 있는 수준으로 금리 결정을 뒤집을 변수는 아니다. 한은은 8월부터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져 연말 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근원물가가 3.9% 올라 한은 전망(3.8%)을 상회한 점을 고려해 연간 근원물가 전망치를 3.3%에서 소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물가가 전망 경로에 있는 만큼 금통위 시선은 가계대출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은 4월 2조3000억원 증가해 넉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5월 4조2000억원 더 늘어났고 6월엔 5월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이 발생한 분기를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고작 두 번 밖에 없지만 미국은 22번, 일본은 20번에 달했다. 한 금통위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그간 금리 인상의 결과 많은 나라에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deleveraging)이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에선 디레버리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집주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받게 돼 연소득 5000만원인 개인 다주택자(대출금리 4%, 만기 30년)는 1억7500만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 반면 4월 역전세 보증금 차액은 평균 7000만원을 하회한다. 역전세가 난 임차 가구의 절반 이상(55만3000호)의 보증금 차액이 5000만원 이하라 사실상 전세보증금 반환 지원을 넘어서는 규제 완화 대책이다.

한은이 조금이라도 비둘기파(금리 인하) 메시지를 낼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를 키울 수 있어 ‘매파’ 메시지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월 본인을 제외한 6명 금통위원 모두 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연준이 금리 내려야 한은도 내린다


연준이 7월과 9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5월까지만 해도 전문가 13명 중 7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이달엔 5명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머지 8명은 내년 1분기 또는 2분기께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그때 서야 한은도 금리 인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 한 한은이 연준을 따라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가 환율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으면 한은이 추가적인 정책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7월만 금리를 올리느냐, 9월까지 금리를 올리느냐에 따라 내년 금리 인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만약 연준이 올 9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경우 한국와 미국 모두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2분기로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며 실행 여부와 무관하게 금리 인하 기대는 커질 수 있다. 공동락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경제 지표 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며 “3분기 말, 4분기 초에는 인하 기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이 2.7%로 떨어지면서 실질금리는 0.8%포인트 플러스로 전환됐다. 근원물가(3.5%), 기대인플레이션율(3.5%)을 반영한 실질금리도 마이너스에서 제로 수준으로 전환됐다. 그만큼 금리가 경제에 점차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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