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르베크 테라파워 CEO “SMR 없이 전력 수요 감당못해”

권유정 기자 2023. 7.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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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관 등 추가 협업 가능성”
“원자력 의구심 당연…소통이 답”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는 원자력 분야에서 한국이 많은 강점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 러시아 등과 경쟁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르베크 CEO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SMR(소형모듈원전)을 비롯한 한국의 차세대 원전 시장은 매우 커질 것”이라며 “경수로 기반의 기존 원전뿐 아니라 나트륨(Natrium·소듐냉각) 방식의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도 (한국은) 굉장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원자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인데, 테라파워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면 핵폐기물이 크게 줄이고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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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르베크 미국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차세대 원전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그는 “원전 설계 방식은 저마다 특징이 있는데, 앞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 꼭 필요하다”며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미국은 모두 차세대 원전 기술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SMR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르베크 CEO는 국내 기업들이 SMR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추가 협업 의지도 드러냈다. 테라파워는 SK그룹의 투자를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SK그룹,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우선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지만 다른 기관, 기업과 협업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한국이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르베크 CEO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서 SMR을 위한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 11곳, SK㈜,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등 31개 민간 기업이 참여한다.

그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 발전은 민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전도 미국 에너지부(DOE)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DRP) 보조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 등 국영 기업을 보유한 국가를 포함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정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얼라이언스 출범은 환영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르베크 CEO와의 일문일답.

-SK, 한수원 등 국내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히 돈보다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SMR에 투자한다는 느낌이다. 특히 SK그룹은 탈(脫)탄소와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SK그룹의 반도체, 정유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탄소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탈탄소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연장선상에서 SMR에 투자하는 셈이다.

한수원도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존에 원전 경쟁력이 있는 만큼 차세대 원전을 통해서도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앞으로 많은 원자로를 건설하겠지만, 차세대 원자로를 통해 전력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 한수원이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다양한 파트너를 통해 시장에 확대될 것이다.”

-다른 기업과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관심 있는 파트너나 사업 분야가 있다면.

“SK그룹과 협업을 계기로 한수원과 인연을 맺었고, 당장은 이들과 논의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 같다. 한국의 공급망은 테라파워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테라파워는 앞으로 나트륨 방식의 차세대 원자로를 전 세계에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등이 보유한 대규모 실증시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협업도 가능할 것 같다. KAERI는 이미 나트륨 같은 소듐 냉각재 관련 경험이 있다.”

-국내 민관합동 SMR 얼라이언스가 실효성이 있을까.

“초대 회장사가 SK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SK는 원자력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기업이다. SK는 국내외에 대규모 정유, 반도체 시설, 전기차, 배터리 시설을 구축 중이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게 이들 목표다. 원전업계는 기술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성향이 강한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회장사를 맡는 게 오히려 변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을 위해 기존 대형 원전과 SMR 등 차세대 원전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2050년이 되면 전력 수요가 2~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 배출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그리드 내 원전 비중은 30% 수준이고, 원전을 구성하는 기술은 다양해야 한다. 기존의 대형 모듈 수냉식 원자로, 조금 더 규모가 작은 소형 모듈 경수로, 거기에 나트륨처럼 동력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원자로 등이 모두 해당된다.”

-국내외 SMR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원자력은 중요하지만 차세대 원전 기술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수많은 관련 기업 중 이미 구조화되고, 자금력 좋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곳이 어디인지 선별해야 한다. 테라파워는 2030년 실증단지 완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았다. 의외로 테라파워만큼 진지한 회사가 많지 않다. 우리가 경계하는 건 경쟁사가 아닌 시간이다. 와이오밍에 첫 번째 원자로를 건설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등으로 탈(脫)원전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차세대 원전 기업 대표로서 원자력 반대에 대한 시각은.

“모든 사람이 원자력을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 지역사회나 이해관계자들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원자력 업계가 스스로를 잘 설명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기술자 중심의 업계 특성상 과거에 우리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

빌 게이츠는 모두가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기후 위기, 에너지에 대해 설명한다. 박사 과정에서 다룰 법한 거창한 수식이나 과학 이론이 아닌 중·고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소통하고 다가갈 때 원자력 기술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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