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종점 논란에…양평군 "원안대로면 마을 하나 사라져야"

김동욱 2023. 7.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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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견 수렴·환경부 평가 거쳐야 노선 확정
김 여사 일가 땅 부근, 유리한 여건이긴 하나 
선정 노선 중 하나일뿐 확정 절차까진 아직
"정부의 사업 백지화, 야당의 원안 고수 안 돼"
상습정체 해소, 기존 농경·주택지 훼손 최소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대립 양상은 정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임의대로 바꿨느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곧바로 사업 백지화로 맞대응하면서 증폭됐다. 여야 정쟁으로 숙원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한 경기 양평군은 9일 본보에 "원안대로라면 마을 하나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상황으로 노선 변경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놓아 "원안을 기반으로 재추진"을 요구하는 야당과 전면 백지화 방안 검토에 들어간 정부 사이에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후보 노선일 뿐…노선 확정 아냐

2021년 4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구간은 하남시~양평군 양서면(종점)이다. 다만 예타를 통과해도 실제 노선 확정까진 갈 길이 멀다. 예타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 협의를 통한 후보 노선 선정 △노선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전환평) 등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주민 반대가 심하거나 환경부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며 퇴짜를 놓으면 타당성 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야 노선이 확정되고, 주민 보상과 기본설계 등 본격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6년 착공에 들어가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됐는데, 현재 후보 노선을 정해놓고 그다음 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점에서 노선이 확정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토부가 정한 후보 노선은 애초 예타를 통해 도출된 ①하남시~양평군 양서면(종점) 노선과 ②양평군 강하면 왕창리 인근에 나들목(IC)을 설치한 뒤 강상면(분기점·JCT)으로 향하는 대안 노선 2개다. 양평군이 제시한 의견 3개 중 경제성, IC 설치 가능성을 따져 이들 2개를 후보 노선으로 추렸다.

논란은 5월 후보 노선이 처음 공개되면서 일었다. 관련 법상 후보 노선은 전환평 단계 때 공개하는데,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많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골자는 애초 양평군은 예타 노선 일부를 조정해 강하면 운심리 인근에 IC를 설치하고 종점은 기존대로 양서면에 두는 1안을 가장 선호한다고 국토부에 의견을 냈는데, 국토부가 2안으로 제시한 걸 대안으로 삼았고 이는 특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양평군이 국토부에 낸 의견서를 보면 1안은 '경제성이 타당'하지만 2안은 '사업비 증액 예상'처럼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달아둔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국토부·양평군도 "종점 변경 불가피" 왜?

좌측의 원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JCT가 접속되는 부분. 40m 교량이라 여기에 분기점을 설치하면 마을이 교량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양평군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양평군이 1안을 더 선호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건 맞지만, 무조건 이를 따르는 구조는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1안이 불가능에 가까워 후보 노선으로 올릴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양평군이 제시한 1안은 상수원보호구역인 남한강을 900m 이상 횡단해야 한다. 이후 양서면의 전원주택 밀집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더구나 종점 구간엔 40m 높이의 교량이 설치돼 있다. 이 교량에다 분기점을 설치하면 마을 주위로 커다란 콘크리트 교량숲이 생긴다. 반면 강상면 주변은 주거지역이 적고 교량 높이도 20m여서 JCT를 설치할 수 있고 종점에 이르기 전 원안엔 설치할 수 없던 강하IC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백지화 맞불을 놓은 국토부는 실제 백지화를 어떻게 밟을지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타당성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되면 사업은 최장 2년 넘게 늦어진다. 정부가 접점 찾기에 나서지 않고 곧바로 백지화란 초강수를 두면서 오히려 정쟁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소영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은 원안에서 IC를 추가 개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것일 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변수는 양평군이다. 양평군은 그간 고속도로와 IC 설치를 통한 상습 정체(6번 국도 두물머리 부근) 해소를 요구해 왔다. 백지화를 검토 중인 국토부는 물론, 강상면을 종점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민주당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평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원안대로라면 (종점이 될) 양서면 청계리 일대 마을 하나가 사라져야 JCT를 설치할 수 있다"며 "우리로서는 교통정체 해소뿐 아니라 기존 농경지, 주택지 훼손을 최소화하는 안을 검토하다 강상면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양평군이 제시한 1~3안에 대해서는 과도한 의미부여라고 측면도 강조했다. 국책사업에 의견을 여러 개 제시한 것일뿐, 그 안 하나하나에 대한 전문가적 검토는 국토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원안대로라면 채 1km도 안 되는 짧은 터널과 터널 사이, 그것도 높은 교량에 JCT를 만든다는 건 기술적으로도 어렵다고 본다"며 "원안대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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