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박스권 길어지자… 한달 새 4000억 몰려간 곳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00선 안팎을 오르내리며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수가 올라도 반도체, 2차전지 등 일부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보니 소외감을 느끼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이처럼 길어지는 ‘박스피(박스+코스피)’ 장세에 배당주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계속되자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 펀드가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배당주는 따박따박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저평가된 주식일 경우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6월5일~7월4일) 간 275개 배당주 펀드에 389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최근 1개월 순유입 규모가 3개월치 순유입(2433억원)을 뛰어 넘었다. 반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547개)에선 최근 한달 771억원이 빠져나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미 연준의 긴축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당분간 안전한 투자처로서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 배당주 펀드 다른 테마주와 달리 자금 유입
고배당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는 올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연초 후 2154억원이 순유입돼 지난 4일 기준으로 총 설정액 9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수익이 기대되는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올 들어 4178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공모주 펀드(-6505억원)와 가치주 펀드(-980억원) 등 다른 테마형 펀드들도 올해 부진을 겪고 있다. KB자산운용 상품솔루션팀 관계자는 “배당주 펀드는 증시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을 방어할 수 있다보니 투자자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수익률도 양호하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배당주 펀드의 경우 연초 후 지난 4일까지 평균 수익률이 8.4%였다. 일부 고위험 배당주 펀드는 수익률이 4배 가까이 높았다. 우리운용의 ‘우리중소형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1(주식)클래스C’는 연초 후 수익률이 34.85%에 달했다.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60% 이상 투자하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올 상반기 주가가 400% 급등한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 외 하이브, 에스엠 등 엔터주를 주로 담고 있다. 금융·통신 등 전통 배당주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골라 담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KB운용의 ‘KB스타대형고배당10토탈리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30.73%, 브이아이운용의 ‘일본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H(주식)C4′가 23.56%, 마이다스운용의 ‘뉴베스트트리오증권투자신탁(주식)A1′이 23.23% 등의 수익을 내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덩치가 큰 주요 배당주 펀드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운용설정액이 1조원에 달하는 신영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W형’과 KB운용의 ‘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의 연초 후 수익률은 각각 10.76%, 7.52%를 기록했다.
◇미국 배당주 ETF도 인기
전통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미국 배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인기다. 펀드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아 개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래에셋운용이 주식형 ETF 중 역대 최대인 2830억원 규모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상장하며 업계 최저 수준의 총보수 0.03%를 책정하자 다른 운용사들도 보수 인하 행렬에 나서고 있다.
신한운용이 지난달 22일 ‘SOL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총 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0.03%로 조정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중 ‘ACE미국고배당S&P’ 총 보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개인은 두 상품을 각각 1626억원, 1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ETF도 상장 1주일여만에 87억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국내에 상장된 전체 배당형 ETF(24종) 가운데 최초로 상장 당일 30억원 이상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당으로 쏠리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겨냥해 월배당 ETF로의 전환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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