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7000만명 가입 ‘스레드’… 이런 신드롬은 없었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지난 5일(현지 시각) 내놓은 트위터 카피캣 ‘스레드(Threads)’가 테크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이틀 만에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다. 메타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미 IT 전문 매체 서치엔진저널은 8일(현지 시각) “스레드에 가입했다고 표시되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이미 9000만개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속도라면 출시 후 3~4일 만에 1억 이용자를 모으는 인터넷 서비스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쓰게 될 전망이다. 앞서 2개월 만에 이용자 1억명을 모은 챗GPT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앱’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거느린 인스타그램도 초기 1억 이용자를 모으는 데 2년 반이 걸렸고, 유튜브는 2년 10개월이었다. ‘쇼트폼’ 영상으로 소셜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문법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틱톡도 1억명을 모으는 데 9개월이 소요됐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규제 여파로 유럽연합(EU)에선 출시가 미뤄졌는데도 인기가 이 정도”라며 “3억6000만명 규모인 트위터를 단숨에 추월하는 것도 가능해보인다”고 했다.
◇트위터에 대한 반감, 메타 도왔다
전문가들은 “스레드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앱”이라 평가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기준 세계 4위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면서, 스레드가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타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추가 정보 없이 스레드에 바로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클릭 한 번이면 인스타그램의 친구리스트를 모두 불러올 수도 있다. 주변인들이 너도나도 가입하면서 대중의 ‘FOMO(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심리’를 자극한 것도 초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에 대한 반감이 없었다면 스레드의 순조로운 출발도 없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한 엔지니어는 “메타 같은 빅테크가 남의 서비스를 표절한 수준의 앱을 내놓을 경우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사례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트위터를 망친 이단아 머스크에 대항하는 정의의 사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스레드의 최고 홍보 담당자’라는 말도 나온다. 스레드 출시에 앞서 돌연 트위터에서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하고, 그 여파로 대규모 서비스 먹통까지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대체 트위터’인 스레드를 시도할 이유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머스크가 올해 트위터 직원 75%를 대규모 해고한 것도 저커버그에겐 행운이었다. 이 중 수십명이 메타에 재취업해 스레드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위터 측은 메타가 이들을 의도적으로 고용해 트위터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를 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수년간 공공의 적이었던 저커버그의 위상을 높이며 다시 ‘쿨(cool)’한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하버드 대학 재학 중에 페이스북을 만들고, 청바지와 회색 티셔츠만 즐겨 입는 ‘괴짜 천재’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메타가 혁신 없이 스냅챗·틱톡 등 경쟁사 서비스를 모방한 점과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혐오조장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WSJ는 “(저커버그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을 머스크가 해냈다”고 했다.
◇'깨끗한 트위터’ 되겠다는 스레드, 과연
저커버그는 스레드를 소개하면서 “친근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서비스 형식이 사실상 똑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혐오와 차별 발언이 많은 트위터와 내용에서 차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벌써부터 스레드에도 허위 정보나 증오심을 표현하는 게시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유명 인사나 코로나 등 질병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린 전적이 있는 사람들도 스레드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깨끗한 초기 트위터’의 향수 때문에 사용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트위터와 똑같이 차별과 혐오 발언이 넘친다면 이용자들이 썰물 빠지듯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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