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규정 지키는지 단속하니 강남서 폐강과 개강 연기 속출

최은경 기자 2023. 7. 10.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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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원서 강의실 빌려쓰거나
인원 초과한 수업 하면 규정 위반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 교육 당국이 학원 단속을 강화하자 갑자기 수업을 폐강하거나 개강을 연기하는 강남 학원이 속출하고 있다. 규정을 어기고 다른 학원 강의실을 빌려 수업하거나 너무 많은 학생을 받은 경우 등이 드러나자 부랴부랴 강의를 취소한 것이다. 당장 학원 강의로 수능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불만이지만, 그간 방치한 학원들 부조리를 바로잡는 계기라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김의균

교육계에 따르면, 과학탐구 유명 강사 A씨는 지난 7일 수강생들에게 “수업을 폐강한다. 수강료와 교재비는 전액 환불하겠다”는 공지 문자를 돌렸다. A씨는 자기가 설립한 학원이 아닌 강남 대치동 B 학원의 대형 강의실에서 현장 강의(현강)를 해왔는데 최근 이 사실이 서울교육청 단속에서 적발됐다. 서울시 학원조례상 학원은 자기 학원 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업을 하는 건 불법이다. A씨는 수강생에게 돌린 문자에서 “교육청에서는 수납은 A 학원에서 했는데 수업은 B 학원에서 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번엔 수업할 교실이 없다”고 폐강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청 담당자는 “등록된 학원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면 당연히 불법”이라고 했다.

법적 기준 이상 수강생을 한 번에 받아 적발된 학원들도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 학원인 C 학원은 대형 강의실에 200개 가까운 좌석을 두고 강의하다 적발됐다. 현재 규정상 강의실 면적은 135㎡(약 41평) 이하여야 하고, 1㎡(0.3평)당 1명 이하를 수용해야 한다. 아무리 학생들이 몰려도 강의실은 135㎡를 넘으면 안 되고, 한 번에 135명 넘게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현장 강의는 학생들이 강사에게 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큰 강의실에서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 강사 얼굴도 안 보인다”고 했다. C 학원은 이번 단속으로 교습 정지 7일을 당해 개강 일정을 일주일씩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선 “입시 학원들의 한 달 수입을 생각하면 7일 교습 정지는 꽤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강의실 기준을 위반해 오던 학원들은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나누는 공사를 했거나 현재 하고 있다. D 학원도 최근 개강을 줄줄이 연기했는데, 가벽 공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B 학원 1층에도 공사 기자재가 쌓여 있었다.

그간 EBS 교재 문제를 변형해 수업하던 메가스터디 등 인터넷 강의들도 갑자기 폐강하고 있다. EBS가 지난달 26일 보도 자료를 내고 “EBS 수능 연계 교재를 변형해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는 불법 사교육 업체 등 사례를 제보받아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단속 전에 자체 폐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능 문제의 50%는 EBS 교재에서 연계돼 출제된다. 이에 따라 사교육 강사들은 EBS 교재 문제 중 나올법한 문제를 살짝 변형해 교재를 만들고 인터넷 강의도 해왔는데, 이것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게 EBS 입장이다. EBS 홍보담당자는 “논문으로 치면 표절률이 높은 것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불만을 표하는 수험생들도 있다. 수험생 사이트에선 “오래 대기하다가 강의를 듣게 됐는데 갑자기 폐강되다니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간 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강의를 들은 건 문제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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