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지성으로 괴담을 물리쳐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영웅
음모론 격파하려면
軍警 말고 시민의 논리력을
20년 가짜 뉴스 세력
낱낱이 기록, 만천하에 알려야
후쿠시마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를 둘러싼 최근 논쟁은 한국 지성계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 분야 전문가들이 공론장에 나와 과학적 지식과 냉철한 논리로 거짓 주장을 격파하고 허위 선동을 차단했다.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와 허위 선동에 속아본 국민 다수는 대체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청소년이 실수를 반복하며 성숙해지듯, 한국 사회도 시행착오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그래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허위 선동을 주도한 자들이 여전히 큰 권력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을 되짚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대한항공 858편 테러는 안기부 자작극이었고, 정부는 미국산 미친 소를 수입해서 국민의 뇌에 송송 구멍을 뚫으려 했고, 천안함은 미군 오폭으로 침몰했고, 세월호는 잠수함과 충돌했으며, 사드 전자파는 참외로 스며들어 인체를 위협했다. 황당무계한 거짓말이지만, 그들의 선동은 매번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한다.
극미한 위험을 부풀려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고, 흥분한 군중을 움직여 정권을 뒤흔드는 수법이다. 가공할 선동력, 기민한 조직력, 치밀한 프로의 기획력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치식 선전·선동과 공산당식 전략·전술을 그토록 능란하게 구사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마르크스에게 영혼을 팔고, 레닌의 선전술을 배우고, 마오쩌둥의 게릴라 전술을 익히고, 김일성의 혁명 이론으로 대중을 파고든 어제의 그 용사들인가?
지금도 그 세력은 정계, 학계, 관계, 언론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심지어는 과학기술계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의회를 점령하여 반자유적 법안을 만들고, 공적 매체를 이용해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들어가서 파당적 권력을 휘두르고, 법복을 입고서 불공정한 판결문을 쓰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그들이 구축한 권력의 진지가 너무나 강고하기에 언제든 쓰나미처럼 운동권식 ‘아지프로(선전·선동, agitprop)’가 한국 사회를 덮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을 근간으로 한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한 후 사상의 시장 밖으로 물러난다. 정부가 물러난 여론 시장은 온전히 시민사회의 몫이다. 전체주의와는 달리 자유주의 체제에선 정부가 공권력으로 반대 여론을 진압할 수 없다. 괴담과 음모론이 판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시민사회에 있다. 시민들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거짓 세력의 지배 아래 놓이고 만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에 용기 있게 공론장에 나가서 괴담과 낭설을 논파한 과학자들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자유주의 창시자 밀(J.S. Mill·1806~1873)은 공리적 효용에 근거해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한 사회가 거짓을 물리치고 진실을 밝히려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만 한다는 논리였다. 미치광이의 궤변, 몽상가의 망념, 음모론자의 억설까지 모든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어야만, 한 사회는 비판을 통해서 탄탄한 논리를 갖추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개인이 자신의 고유성(individuality)을 실현할 수 있고, 인류 문명은 발전할 수 있다. 인류의 지성과 역사의 진보를 신뢰한 빅토리아 시대의 낙관론이었다.
자유주의는 그렇게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도 자유를 보장하는 개방적이고, 관대하고, 공평무사한 이념이다. 그 밑에는 인류의 지성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이성의 힘으로 불합리와 부조리를 물리치고, 지성의 빛으로 무지몽매를 깨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러나 이 세상엔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서 거짓을 퍼뜨리고, 법의 비호를 받으며 법치를 파괴하는 세력이 있다. 그들의 괴담과 음모론을 퇴치하려면, 군경의 물리력이 아니라 시민의 논리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과학과 상식을 거부하고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적 자율성을 상실하는 순간, 자유는 실종되고,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
지금껏 한국의 시민사회는 속절없이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 매번 휘둘려 왔다. 뒤늦게야 과학자들이 공론장에서 과학과 상식을 지키고 있기에 아직 희망이 있다. 차제에 지난 20여 년 가짜 뉴스와 허황된 음모론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해 온 기자, 정치가, 대학교수, 방송인, 시민운동가 등 선동 세력의 만행을 낱낱이 기록해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시민의 지성으로 괴담과 거짓을 물리쳐야만 민주공화국이 존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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