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생성형 AI 비즈니스, 기술 우위로 유료 고객 모아야

박제홍 아틀라스퍼시픽 대표 jehong@atlas-pac.com 2023. 7.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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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생성형 AI 비즈니스
지속 가능한 서비스 만들려면
사용자 규모 위주 성장 방식 버리고
진성 유료 고객 확보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쇄, 전기, 철도에 버금가는 ‘생산성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2022년 12월 가트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새로운 약물과 소재의 30% 이상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발견될 전망이다. 2026년까지 1억여 명이 업무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거세지는 생성형 AI의 영향력에 전 세계 스타트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로 꼽히는 와이콤비네이터가 올 4월 개최한 데모데이에선 282개에 달하는 참여 스타트업 중 91개 기업(약 32%)이 자신들을 AI 관련 기업으로 소개했다. 또 54개 기업은 생성형 AI를 전면에 내건 스타트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챗GPT 출시 후 AI가 본격 대중화되면서 생성형 AI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거나 기존 사업에 접목해 효과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성형 AI 비즈니스 전략을 다룬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1호(372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 렌사AI가 보여준 바이럴 서비스의 한계

지난해 12월 AI 초상화 앱 ‘렌사AI’가 화제를 모았다. 사진 10∼20장을 올리면 디지털 아티스트가 만든 것과 같은 초상화를 몇 분 만에 만들어주는 ‘매직 아바타’ 서비스를 선보여 출시 일주일 만에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출시 한 달 만에 무려 5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 초부터 유사 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고객들이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렌사AI가 활용한 이미지 생성 엔진 ‘스테이블 디퓨전’이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오픈 소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기에 비슷한 서비스가 시장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것이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생성형 AI 엔진을 활용해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기업은 렌사AI 사례를 곱씹어 보며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AI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개인의 생산성이 극대화되고 1인 스타트업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AI 서비스 출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기가 까다로워졌다. AI를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과 블로그가 많지만, 아직 개인의 흥미 영역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사업 기회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흥미를 끄는 ‘반짝 서비스’를 출시하기보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유료로 꾸준히 사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 기술 우위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 관건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함께 시작돼 지난 15년간 디지털 서비스를 지배한 성장 방식은 ‘선 이용자 확보, 후 과금’ 모델이었다. 스타트업이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이용자 확보에 전념한 이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 규모가 곧 서비스 경쟁력이었고, 또한 다른 기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의 라인도 초기에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내하고 빠른 사용자 확보에 주력했기에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상향으로 꾸준히 사용자를 모아 서비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존 디지털 시대의 성장 전략은 AI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이미 챗GPT가 증명한 것처럼 사람들이 반응하는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이전에는 보기 힘든 성장 곡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렌사AI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서비스 흥망성쇠의 주기가 무척 빨라졌다. 이는 사용자 규모가 곧 기업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AI 시대에는 서비스를 복제하는 것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하다. 렌사AI의 인기가 불과 한 달에 그친 것도 유사 서비스가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AI 시대에는 기존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 요인이었던 사용자 수나 네트워크 효과가 그다지 위협적인 경쟁력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술 우위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 AI 서비스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언어 모델인 GPT-3.5는 현존하는 다른 언어 모델 대비 6개월 정도 학습 능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기술 우위와 대화형 검색이라는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만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챗GPT만 봐도 단순히 이용자 확보에만 주력해서는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앞으로는 무료로 서비스를 풀어 사용자를 대거 끌어들이기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진성 고객을 모으는 서비스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 렌사AI 사례에서 알 수 있듯 AI 서비스 사용자는 새로운 기능에 빠르게 반응하며 가치 없다고 느끼면 곧바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는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향후 AI 서비스를 평가할 때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나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처럼 규모를 나타내는 트래픽 지표보다는 고객 유지(Retention) 등 사용자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핵심이 될 것이다.

박제홍 아틀라스퍼시픽 대표 jehong@atlas-pac.com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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