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 과점 깰 최선책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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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건 무조건 반길 일일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지금도 지방은행 영업 점포 제한이 많이 사라졌고, 최근 중소기업 대출 비율까지 시중은행과 똑같이 맞췄는데 굳이 더 좋아질 게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은 지방은행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돈을 가져오는데, 시중은행이 되면 조달금리가 내려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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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껏 금융위는 ‘은행권 돈 잔치’의 주요 이유로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꼽았는데, 이를 깨뜨리기 위해서다. 새로운 플레이어, 즉 ‘메기’를 풀어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현재 전환을 검토하는 지방은행은 DGB대구은행이 유일하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건 무조건 반길 일일까.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이 덩치를 키울 수 있으니 일견 좋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지금도 지방은행 영업 점포 제한이 많이 사라졌고, 최근 중소기업 대출 비율까지 시중은행과 똑같이 맞췄는데 굳이 더 좋아질 게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지방은행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돈을 가져오는데, 시중은행이 되면 조달금리가 내려간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영업 지점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상호도 바꿀 수 있다. 대구은행은 ‘im뱅크’로 ‘개명’하는 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융권 독점 타파에 가장 현실적 방안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아닌 대구시민과 소상공인, 대구시로서는 실보다 득이 많을 것 같지 않다. 우선 대구·경북 중소기업은 지역을 든든히 지키는 지방은행을 잃게 된다. 지방은행은 특유의 ‘기업 밀착형’ 영업으로 ‘인정이 있는’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칼같이 자본시장 논리에 입각한 시중은행과 달랐다. 대구시와 시민도 지역에 쓰일 돈이 전국에 빠져나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지역에만 초점을 맞춘 은행을 잃는 실도 있다. 대구은행은 “본사를 대구에 두고, 전국 영업으로 창출한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역에 집중됐던 관심도가 분산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지역민이 얻을 수 있는 건 저렴해진 금리 정도일 텐데, 지역에 시중은행도 이미 많은 상황에서 큰 장점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지방은행은 ‘지역의 자금 유출 방지와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서울 일극화 속에 ‘경제적 균형발전’을 위해 남겨 놓은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다. 이에 충청·대전권에서는 아직도 지방은행을 부활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위의 이번 정책은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지역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대구은행의 선택 역시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를 고려하지 못했다. BNK·JB 등 지방금융그룹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몸은 다양한 장기로 구성됐다. 눈은 사물을 인지하고, 귀는 소리를 듣는다. 눈썹이나 머리카락도 제 역할이 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방은행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역할이 있다. ‘im뱅크’는 ‘대구은행’이 아닌 또 다른 시중은행일 뿐이다. 지방은행이 금융시장의 ‘메기’가 될 것인지, 지역민과 기업의 든든한 ‘친구’로 남을 것인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인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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