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연극휴양지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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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는 인구 10만(지난 6월 말 현재 10만2584명)을 간신히 넘긴 지방 소도시다.
2018년 밀양연극촌 이사장(이윤택)과 밀양연극촌장(밀양백중놀이 인간문화재 하용부)의 성 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이 행사는 위기를 맞았다.
젊은 연극배우 지망생들이 꿈을 안고 들어왔던 공간이 문화권력을 휘두른 자들의 추악한 성범죄 현장으로 변질된 밀양연극촌은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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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는 인구 10만(지난 6월 말 현재 10만2584명)을 간신히 넘긴 지방 소도시다. 영화관이라곤 2개 상영관이 있는 ‘밀양 시네마’ 하나뿐일 정도로 문화시설도 부족한 곳이다. 하지만 공연문화는 여느 대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연극인과 관람객이 모여 활력을 불어넣는 고장으로 명성이 남다르다. 2001년 여름부터 시작한 ‘밀양공연예술축제’ 역할이 컸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99년 폐교한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월산초등학교를 활용해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꾸린 밀양연극촌에서 매년 여름 선보였던 밀양공연예술축제는 특색 있는 휴양축제였다. 낮에는 호박소 얼음골 표충사 등에서 피서를 즐기고 밤에는 연극을 관람하는 형태로, 전국에서 관객이 몰렸다. 2013년에는 밀양연꽃단지가 인근에 조성돼 시너지 효과도 났다.
2018년 밀양연극촌 이사장(이윤택)과 밀양연극촌장(밀양백중놀이 인간문화재 하용부)의 성 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이 행사는 위기를 맞았다. 젊은 연극배우 지망생들이 꿈을 안고 들어왔던 공간이 문화권력을 휘두른 자들의 추악한 성범죄 현장으로 변질된 밀양연극촌은 썰렁했다. 그해 여름 공연무대도 사라졌다.
많은 젊은 연극인이 ‘밀양연극촌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자발적인 모임을 갖고 밀양 출신 배우 손숙과 원로배우 최불암 등 전국의 문화예술인이 힘을 보태 2019년 밀양공연예술축제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다시 시작한 축제 주제는 ‘연극으로 떠나는 즐거운 휴가’.
밀양시도 연극촌을 직접 운영 방식으로 바꾸고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2020년에는 밀양아리나(아리랑과 원형극장을 뜻하는 아레나 합성어)로 개명한 데 이어 ‘바람이 분다~ 밀양, 연극 다시’를 슬로건으로 내건 여름축제를 무사히 진행했다. 그런데 2021년 재도약 기틀을 다지기 위해 성대하게 준비했던 행사를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밀양공연예술축제는 지난해 ‘연극, 그 해맑은 상상’을 주제로 다시 열렸다. 지난해 7월 8일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개막해 풍성했다. 올해는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연극! 상상 그 이상의 상상’을 주제로 한여름밤 예술향연을 펼친다.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밀양에서 싹을 틔운 예술공간과 축제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내렸다고 하니 반갑다. 이제는 밀양이 ‘상상 이상의 연극휴양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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