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서울대 음악박사·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2023. 7.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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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6년 7월 한 달 동안 펼쳐진 '원 먼스 페스티벌(One Month Festival)'에 참여한 적이 있다.

후천적으로 교육적 자극과 예술적 체험을 통해 형성되는 고급예술의 취향을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취지인데, 이번 6월에 열린 원 먼스 페스티벌은 부산시의 지원 아래 부산의 31개 소공연장에서 한 달 동안 매일 다양한 공연과 관객이 함께 하며 부산 문화예술의 저변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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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6년 7월 한 달 동안 펼쳐진 ‘원 먼스 페스티벌(One Month Festival)’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세계 26개국의 323개의 음악회가 하우스콘서트를 비롯, 다양한 공간에서 실시간 온라인 콘서트도 함께 진행돼 정형화 공연 틀을 벗어나고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세계인이 동시에 즐기는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피아니스트이자 더 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의 이 기획은 비대면 공연이 주를 이루던 코로나19 시기보다 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획기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일 부산MBC 창사 64주년 기념 ‘가정음악실’ 야외콘서트에서 피리를 연주하는 필자(오른쪽).


일상 속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다지자는 취지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던 취지를 본보기 삼아 지난 6월 부산에서도 반가운 축제가 열렸다. 12년 동안 500회가 넘는 음악회를 매주 여는 스페이스움 김은숙 대표가 회장을 맡은 부산소공연장연합회가 의기투합해 6월 한 달 동안 매일 소공연장에서 음악회를 여는 ‘원 먼스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국공립 공연장의 시즌 대형 기획공연에 수천 명의 관객이 관람하는 정량적 측면도 의미가 크지만 요즘 신조어로 ‘슬세권’에 문화공간도 포함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공연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사랑방 매개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세계적 석학 존 클래머 교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사람을 바꾸는 건 언제나 문화의 힘이었고, 독일 통일을 이끌어 낸 건 상부기관의 선전 강압 폭력이 아닌 동독이 맛볼 수 없었던 바나나 한 송이와 서독의 문화였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19세기 중반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수를 위한 예술을 일상화하고 확대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주는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을 제시했다. 후천적으로 교육적 자극과 예술적 체험을 통해 형성되는 고급예술의 취향을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취지인데, 이번 6월에 열린 원 먼스 페스티벌은 부산시의 지원 아래 부산의 31개 소공연장에서 한 달 동안 매일 다양한 공연과 관객이 함께 하며 부산 문화예술의 저변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정성적 측면에서의 가치를 담아 전통사회의 풍류방 문화, 살롱음악 문화가 다시 꽃피고 일상의 삶이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서양에서는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계층인 부르주아에 의해 왕족과 귀족만 향유했던 고급예술을 신분의 구분 없이 대중이 들을 수 있는 살롱음악회와 오늘날 극장식 음악회 방식의 관람 문화를 생겨나게 했다. 우리나라 또한 일제강점기 라디오 방송국과 유성기 음반을 통해 오직 궁중에서만 연주되던 궁중아악을 누구나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서양식 극장이 생기면서 일반 백성도 비용을 지불하고 창극을 관람할 수 있는 공연 관람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신분제로 나뉘어 향유하던 음악의 계층이 사라지게 되었다.


지난주 필자는 부산MBC 창사 64주년 범일사옥 이전 기념 가정음악실 야외콘서트에서 연주를 했다. 부산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가정음악실’은 1972년 6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클래식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매달 게스트로 ‘김지윤의 모던풍류’라는 코너로 진행자 안희성 아나운서와 클래식 청취자에게 국악과 우리 음악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있는데, 이번 처음 시도되었다는 방송국 스튜디오 밖에서 청취자를 직접 만나는 야외콘서트를 통해 시민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문화 선진도시 부산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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