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일 땐 반대만 하면 편하다” 兩黨의 너무 쉬운 정치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한 지난 주말, 정치권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로시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9일, 후쿠시마 원전 방류 반대 시위대는 국회 울타리를 넘어 본청까지 진입했다. 간담회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그로시 고 홈’ ‘방류 반대’ 등을 외쳤고 일부는 회의장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했다. 분위기는 이미 엉망이 된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그로시 총장 면전에서 “IAEA가 중립성을 상실” “일본 맞춤형 조사” 같은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방류가 개시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정부는 방류에 대해 현 정부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2020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항”이라고 했다. 이듬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수의 삼중수소는 한국 민주당이 여당일 땐 기준치 이하였다가 야당이 되면 재앙 수준으로 치솟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일까.
민주당은 한때 ‘50년, 100년 집권’을 꿈꾼 167석 거대 야당이다. 과거 집권 시기와 현 시점의 입장이 달라졌다면 국민에게 최소한 양해를 구하는 것이 공당(公黨)의 도리다. 그러기는커녕 ‘핵 폐수 투기’ ‘세슘 우럭’ 같은 자극적인 언사로 공포감 조성에만 급급하다. 고통을 호소하는 어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극성 지지층의 반일(反日) 정서에 기대 현 정부 지지율을 어떻게든 깎아내리겠다는 얄팍한 정치 공학만 있을 뿐, 제1 야당으로서 국정(國政)에 대한 책임감은 전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을 향해 주말 내내 맹공을 퍼부었다. “괴담 마약에 중독” “중세 암흑 시대 사고방식에서 못 벗어난 21세기판 천동설” 같은 표현은 과거 민주당이나 쓸 법한 현란한 수사(修辭)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역시 야당 시절 후쿠시마 방류를 결사 반대했다. 어느 광역단체장은 “단 한 방울의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한 원내대표는 “어떤 이유로도 결코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수산시장 수족관 물을 시음하는 모습에 어민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민주당 간담회에서 한숨을 푹 쉬거나 안경을 벗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IAEA 등 국제기구 눈에 한국은 어떤 나라로 비칠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은 이미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국가가 됐다. 중국·북한 눈치를 볼 땐 사드 기지를 방치하던 나라가 한국이다. 여야 모두 정파 이익을 국익보다 우선하고, 보편 국민보다 자기 지지층을 앞세우는 쉬운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한 현역 의원은 “야당일 땐 반대만 하면 편하다”고 했다. 공동체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국가의 국제 신인도를 갉아먹는 이 편하고 쉬운 정치. 그 대가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와 후세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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