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9]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태평양 함대의 대표적인 전략 자산인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지난 6월 24일부터 일주일간 베트남 다낭에 기항했다. 레이건함의 기항은 미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이지만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파라셀제도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암묵적 행동이기도 하다.
역사는 돌고 돌고, 어제의 적은 오늘의 우방이다. 아시다시피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미 해병 2개 대대를 최초로 상륙시킨 곳이기도 하다. 종전 20년 만인 1995년 미국·베트남 간의 외교 관계가 복원된 이후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었으며 미국에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은 3만명에 달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공통점을 앞세우면서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지도부는 친중파로 알려져 있지만 베트남인들의 반중 정서는 뿌리 깊다.
핵심은 국익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미·중 양쪽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 노선을 추진해 왔다. 하와이 출신의 여성 레게 뮤지션 키미에의 이 노래는 마치 베트남의 외교 정책을 대변하는 듯하다.
“폭풍이 오겠지만 우린 이겨낼 거예요/우리는 같이 성장하고 뿌리를 깊이 내릴 겁니다/우리는 새의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볼 겁니다/그래서 우린 더 크고 더 강해질 겁니다(The storm will come but we’ll make it through/We’ll grow together and set our roots/We’ll see the world from a birds eye view/Yeah we’ll be taller than, and we’ll be stronger yeah).”
정글에서 조난되었을 때 대나무를 찾으라는 생존 매뉴얼이 있다. 대나무는 가볍고 강한 특성상 각종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식수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의 선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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