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도 군기 잡는 악습…이순신은 그 꼴이 가소로웠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2023. 7.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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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14> 계사년(1593년) 8월 3~30일

- 적 동태 보고 빨리 안 했다며
- 도원수의 군관이 진으로 와
- 웃음거리 만든 그 상황이 씁쓸

- 추석엔 모든 장수가 한데 모여
- 통제사 임명전 삼도수군 통솔

- 꿈에 적 나타났다며 미리 진 쳐
- 류성룡, 징비록서 자세히 서술
- “실제 적선이 습격했다 줄행랑
- 예견한 순신을 신이라 여겼다”

8월 3일[8월 28일] 맑음.

이경복, 양응원과 영리 강기경 등이 들어왔다. 염의 종기를 침으로 째던 일을 자세히 전하는데 새삼스레 놀랐다. 며칠만 더 늦었더라면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8월 4일[8월 29일] 맑음.

순천부사, 광양현감이 와서 만나고는 돌아갔다. 저녁에 도원수의 군관 이완(李緩)이 삼도의 적세를 재빨리 보고하지 않는다고 담당 군관과 아전을 잡으러 진으로 왔다. 웃음거리다.

※ 이순신이 통제사가 되니 원수 쪽에서 소위 군기잡기에 나섰다. 이를 보고 이순신이 가소롭게 생각한 것이다.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 가면 만나는 ‘제승당(制勝堂)’ 편액. 크고 힘찬 글씨가 높은 기상과 강한 기운을 내뿜는다.


8월 5일[8월 30일] 맑음.

조붕 이홍명 우수사(이억기) 및 우후가 와서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소비포권관(이영남)도 마저 사무처리를 해야 한다고 돌아갔다. 이완은 술이 취해서 내 방에 있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쇠고기를 얻어서 각 배에 나누어 보냈다. 아산에서 이예(李禮)가 밤에 왔다.

8월 6일[8월 31일] 맑음.

아침에 이완이 송한련 여여충을 도원수에게로 잡아갔다. 악습이 이처럼 거듭되니 탄식할 일이다. 식사를 한 뒤에 순천부사, 광양현감, 보성군수, 발포만호, 이응화 등이 보러 왔다. 저녁에 경상우수사 원균이 오고, 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정걸도 와서 의논을 했다. 그중에 우수사 원균이 하는 말은 걸핏하면 속이면서 꾸며 하는 것이라 앞뒤가 맞지 않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저녁에 잠시 비가 오다 그쳤다.

8월 7일[9월 1일]

아침에 맑더니 오랜만에 비가 많이 내렸다. 농사에 흡족하겠다. 가리포첨사가 오고 소비포와 이효가도 와서 만나보았다. 당포만호가 작은 배를 찾아가려고 왔기에 사량만호에게 “주어서 보내라”고 일렀다. 가리포첨사는 점심을 함께하고 떠났다. 저녁에 경상우수사의 군관 박치공이 와서 적선들이 물러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균수사와 그의 군관은 하도 속임수를 잘 쓰니 믿을 수가 없다.

8월 8일[9월 2일] 맑음.

식후에 순천부사, 광양현감, 방답첨사, 흥양현감 등을 불러들여 복병선 투입 등에 관한 일을 같이 논의 결정했다. 충청수사의 전선 2척이 들어오고, 김덕인이 충청도의 군관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전선 2척 중 한 척은 쓸 수 없다고 한다. 전라순찰사의 군인 2명이 공문을 가지고 왔다. 적세를 알려고 우수사가 유포(경상수군의 진영이 설치된 곳이다)로 가 원균과 만난다고 하니 우스웠다.

8월 9일[9월 3일] 맑음.

아침에 아들 회가 들어와서 어머니께서는 편안하시고 염은 병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니 기쁘고 다행이다. 오후에 우수사(이억기)의 배에 이르니 충청수사(정걸)도 왔는데 “영남수사(원균)는 복병군을 함께 내보내기로 약속해 놓고는 슬며시 혼자 먼저 보냈다”고 한다. 매우 놀랄 일이다.

8월 10일[9월 4일] 맑음.

아침에 방답의 탐후선이 들어오는 편에 임금님의 분부와 비변사의 통문과 감사의 공문이 함께 도착했다. 해남현감이 이 첨사(이홍명)와 같이 왔고 순천부사, 광양현감도 왔다. 우수사(이억기)가 청하므로 그의 배로 가니 해남현감이 술자리를 차려놓았다. 그러나 몸이 불편하여 간신히 앉아서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8월 11일[9월 5일]

늦게 소나기가 쏟아지고 바람이 몹시 불더니만, 오후에 비는 그쳤으나 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온종일 앉았다 누웠다 했다. 여도만호(김인영)에게 사흘간의 말미를 주고 도망간 격군을 붙잡아 오도록 명해 보냈다.

※ 1592년~1593년 8월 사이에 전사자와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순신 휘하의 수군 총 6200여 명 중 600 명이 넘어 그는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도망병을 잡아 오는 일은 지휘관의 아주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8월 12일[9월 6일]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누워 신음했다. 옷이 젖도록 식은땀이 나는데도 억지로 일어나 앉아 있었다. 순천부사, 우수사가 오고 이첨사(이홍명)도 왔다. 종일 바둑을 두었다. 가리포첨사도 왔다. 본영 탐후선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한다.

8월 13일[9월 7일]

본영에서 온 공문을 처결하여 보냈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홀로 장대(뜸) 아래에 앉았으니, 일어나는 회포가 천갈래 만갈래다. 이경복에게 장계를 가지고 가라고 내어 보냈고, 경(庚)의 어미에게는 노자를 체자로 써서 보내 주었다. 송두남이 군량미 300섬과 콩 300섬을 실어 왔다.

8월 14일[9월 8일] 맑음.

방답첨사(이순신·李純信·동명이인)가 명절(추석) 음식들을 갖추어 왔길래 우수사(이억기)와 충청수사(정걸)와 순천부사(권준)도 불러 함께 먹었다.

8월 15일[9월 9일] 맑음.

오늘은 추석이다. 우수사(이억기), 충청수사(정걸), 순천부사(권준), 광양현감(어영담), 낙안군수(신호), 방답첨사(이순신), 사도첨사(김완), 흥양현감(배흥립), 녹도만호(송여종), 이응화, 이홍명, 전라좌·우도의 모든 영공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했다. 어머니를 위해 아들 회를 본영으로 보냈다.

※ 추석 명절의 위 모습을 보더라도, 이순신은 비록 통제사 임명 교서를 받기 전이지만 실제로는 벌써 삼도수군을 통솔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8월 16일[9월 10일] 맑음.

광양현감(어영담)이 명절 음식을 갖추어 왔기에 우수사, 충청수사, 순천부사, 방답첨사를 불렀다. 가리포첨사(구사직), 이응화 등도 함께 왔다. 아침에 들으니 제만춘(임진년 9월에 포로로 잡혀간 경상우수영 소속 군관이다)이 일본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8월 17일[9월 11일] 맑음.

지휘선을 연기로 그을리기 위하여 좌별도장의 배로 옮겨 탔다. 저녁나절에 우수사의 배로 가니 충청수사도 왔다. 제만춘을 불러서 문초해 보니, 분개해 하는 말과 기막힌 사연들이 많이 있었다. 종일 의논하고 나서 헤어졌다. 밤이 되기 전에 다시 지휘선으로 옮겨 탔다. 이날 밤 달은 낮 같고, 물결은 비단결 같아 회포를 견디기 어려웠다. 새로 만든 배를 진수했다.

8월 18일[9월 12일] 맑음.

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정걸과 함께 이야기했다. 순천부사와 광양현감도 와서 봤다. 조붕(원균의 군관)이 와서 하는 말이, 경상우수사의 군관 박치공이 장계를 가지고 한양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8월 19일[9월 13일] 맑음.

아침 후 원균 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내 배에 옮겨 타라고 청하였다. 우수사, 충청수사도 왔고 원연(원균의 동생)도 함께 이야기했다. 원연이 전도된 말을 하기에 나무랐더니 원수사가 나를 증오하면서 거짓말을 끝없이 지어내는데 기가 차서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원균 형제가 옮겨 간 뒤에 천천히 노를 저어 진으로 돌아와 우수사, 정 수사와 같이 앉아 자세히 이야기했다.

8월 20일[9월 14일]

아침 후, 순천 광양 흥양이 오고 이응화도 왔다. 송희립을 순찰사(이정암)에게 보내 문안케 하고 아울러 제만춘을 문초한 공문을 가지고 가 보고하게 했다. 돌산도 근처에 이사해 온 자들로서 작당해 해적질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방답첨사와 사도첨사에게 좌우 두 편으로 부대를 편성해가지고 가서 잡아들이라고 했다. 저녁에 적량만호 고여우가 왔다가 밤이 깊어서야 갔다.

8월 21일[9월 15일] 맑음.

8월 22일[9월 16일] 맑음.

8월 23일[9월 17일] 맑음.

윤간(이순신 누이의 사위고, 윤제현 봉사의 아들임)과 조카 뇌와 해가 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한다. 염의 병이 나아지니 이번에는 울이 학질을 앓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8월 24일[9월 18일] 맑음.

조카 해가 돌아갔다.

8월 25일[9월 19일] 맑음.

꿈에 적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기에 새벽에 각 도의 대장에게 알려서 바깥 바다로 나가 진을 치게 하였다. 해 질 무렵에 한산도 안쪽 바다로 다시 돌아왔다.

※ 류성룡이 쓴 ‘징비록’을 보면 “달빛이 매우 밝은 어느 날, 이순신은 갑자기 일어나 앉으면서 여러 장수를 불러 적의 기습이 있을 것이라 하여 준비토록 명령했다. 과연 적선이 수없이 어둠을 타고 습격해 오므로 우리 배들도 포를 쏘며 함성을 질렀다. 적은 우리가 이미 대비하고 있었음을 알고 당황한 나머지 감히 더 이상 덤비지 못하고 달아나 버리니 여러 장수가 모두 순신을 신으로 여겼다”는 취지의 글이 있는데, 아마 이날 일도 그같은 사례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8월 26일[9월 20일]

비가 오다 맑아졌다 했다. 경상우수사 원균이 오자 순천부사, 광양현감, 가리포첨사는 부리나케 되돌아가고 조금 있으니 우수사와 충청수사 정걸이 와서 모였다. 흥양현감이 대접하려고 명절 음식을 가져왔다. 원균 수사가 술을 마시고 싶다 하기에 간소하게 대접하였더니 잔뜩 취하여 흉악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지껄이니 심히 놀랍고 해괴하다. 낙안군수(신호)는 풍신수길이 명나라 황제에게 올리는 글의 초안을 베낀 것과 명나라 군관이 낙안에 와서 써 준 기록을 보내왔다. 이를 보니, 저린 아픔에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8월 27일[9월 21일] 맑음.

8월 28일[9월 22일] 맑음.

경상우수사 원균이 와서 되지도 않는 거짓말로 흉계를 꾸미며 적을 치러 출동하자고 한다. 심히 해괴하다.

8월 29일[9월 23일] 맑음.

아우 여필과 아들 울, 변존서가 한꺼번에 왔다.

8월 30일[9월 24일] 맑음.

경상우수사 원균이 다시 와서 영등포로 출동하자고 독촉한다. 참으로 음흉스럽다. 자기가 거느린 25척의 배는 모두 다 내어보내 감추어 놓고, 다만 7, 8척을 가지고 출동하자는 말을 하니, 그 마음을 쓰고 행사함이 다 이 수준이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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