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메디치 효과와 산학협력

경기일보 2023. 7.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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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그동안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추진됐다. 연구인력 부족 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외부기관 혹은 전문가와의 산학협력은 중요한 기술확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외부 전문기관과의 공동연구보다는 중소기업 단독 연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의 성공률에 비해 연구 결과의 사업화 성공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3년 1월12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개발 환경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 R&D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 문화와 관리 체계의 혁신을 통해 혁신역량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R&D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연구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정부 R&D를 중소기업의 성장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 관리해나가겠다는 점이 R&D 제도 개편의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R&D 제도 개편 배경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R&D 투자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어 이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R&D 투자 결과가 사업화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원체계, 지원방식 등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개발의 성과를 제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산학협력의 성과를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문화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상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후원과 교류를 통해 이른바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만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메디치 효과란 다양한 영역, 분야, 문화 등이 하나로 만나는 교차점에서 기존의 생각을 새롭게 재결합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분출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용어는 2004년 기업가이자 작가인 프란스 요한슨에 의해 작명됐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를 확산시킨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메디치 가문을 포함해 문화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몇몇 가문 덕분에 당대의 유명한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금융가, 화가 등이 피렌체로 몰려들었다. 피렌체에서 만나게 된 이들은 서로의 전공 분야와 문화를 교류하면서 점차 자신들의 벽을 허물기 시작해 르네상스를 꽃피운 것이다. 

메디치 효과는 오늘날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기술 변화와 산업 간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면서 다양한 전공자 간 교류와 혁신형 중소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특히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대기업은 물론 관련 전문가 및 혁신형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도에 우수한 연구인력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들 수 있는 한국판 메디치 가문의 역할을 해줄 선구자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 육성전략에 있어 대기업의 변화된 혁신생태계의 선구자적 역할이 요구된다.

보통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품・소재・장비 중소기업의 R&D 활동 강화, 관련 전문가 교류 확대, 기업 간 기술협력, 인적자원 개발, 대기업의 역할 등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촘촘한 검토와 협력 방안이 요구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이 모여 새로운 기술로 변모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경기도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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