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800원대로 떨어진 ‘슈퍼 엔저’… 韓상품 가격경쟁력 저하 수출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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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대비 엔화 값이 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수출시장에서 경합 중인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일 수출 경합 업종의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 경합도는 69.2로 미국(67.9)이나 독일(61.5)을 앞질러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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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유화-섬유 주가 줄줄이 하락
“내년 달러당 160엔 될수도” 관측
전문가 “엔저 장기화 대비해야”
5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29원으로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8년 만에 900원 아래로 떨어졌다. 7일(909.44원)에 900원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엔저로 일본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면서 해외시장에서 경합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가뜩이나 무역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엔저에 따른 수출 타격마저 우려되고 있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 경합도는 69.2로 미국(67.9)이나 독일(61.5)을 앞질러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양국 산업의 수출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유사한 데 따른 것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떨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수출 물량은 0.2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대일(對日) 무역수지는 17억8000만 달러 적자로 중국(13억 달러 적자)을 앞질러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 1∼6월로는 102억1200만 달러 적자로 이 기간 전체 무역적자(281억 달러)의 약 36%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5월 무역수지가 1조3725억 엔(약 12조5000억 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42% 줄었다.
이는 국내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다음 날인 6일 한일 수출 경쟁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 석유화학, 섬유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2%, 1.7% 떨어졌다. 석유화학 분야의 S-Oil, 롯데케미칼 주가도 각각 1%, 0.97% 하락했다. 섬유 기업 F&F, 효성티앤씨는 각각 1.1%, 3.2% 떨어졌다.
엔화 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세계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는 현 수준보다 10% 넘게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달러당 160엔 안팎에서 통화당국이 시장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7일 엔-달러 환율은 143.985엔으로 올 1월 초보다 10%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엔저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엔저에 대비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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