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8년만에 국제 아트페어… 아시아 시장 노린다
아시아 전역서 컬렉터들 몰려
한여름, 아시아 미술시장의 눈은 일본을 향하고 있다.
도쿄 남쪽 항구도시 요코하마에서 새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現代)’가 닻을 올렸다. 일본에선 1992~1995년 열렸던 일본 국제현대아트페어(NICAF·니카프) 이후 28년 만에 열린 국제 미술 장터다. 아시아·태평양 곳곳에서 아트페어를 창설한 기획자 매그너스 렌프루가 공동 설립해 기대를 모았다. 렌프루는 2007년 설립된 ‘아트 홍콩’을 급성장시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페어 ‘아트바젤’에 판 인물이다. 2019년 대만에서 ‘당다이(當代) 아트페어’를 창설했고, 올해 1월 싱가포르 ‘아트 SG’에 이어 일본까지 확장했다.
6일 오후 2시 VIP 사전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페어의 문이 활짝 열렸다. 퍼시피코 요코하마 전시장엔 개막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양복 입은 정장 군단, 팸플릿을 손에 쥔 젊은 컬렉터 무리들로 현장은 북적였다. 난조 후미오 전 모리미술관장, 일본의 사진 거장 스기모토 히로시, 조각가 나와 고헤이 등이 전시장을 오갔고, 일본의 수퍼 컬렉터이자 억만장자 기업가인 마에자와 유사쿠도 보였다.
일본 화랑들은 “30년 만의 글로벌 장터”라며 기대감에 차 있었다.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갤러리의 시라이시 무사미 대표는 “개장 2시간 만에 몇 점을 팔았다”며 “중국, 대만,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과 유럽 컬렉터들이 투어를 예약했다”고 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참가했다는 다카이시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페어를 계기로 일본 미술시장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서울처럼 커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도쿄 겐다이가 세계적 미술 장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여 화랑이 73곳에 그쳤고, 45%가 일본 작가 작품을 내놓은 일본 갤러리들로 채워졌다.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타데우스 로팍 같은 세계 최정상급 화랑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국내 화랑은 가나아트, 조현화랑, 313아트프로젝트, 갤러리 바톤, 더 컬럼스가 참여했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뉴스에 따르면 첫날 판매가 호조를 보이긴 했지만, 대개 5만달러(약 6500만원) 미만의 작품이었다. 유수의 국제아트페어에서 수십억원대 작품이 팔려나가는 것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대작도 없었다. 위치가 도쿄 중심부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이고, 한여름이라는 조건도 악재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갤러리 대표는 “화랑들은 판매를 위해서라기보다 일본 시장을 탐색하러 온 분위기이고, 실제 작품을 구매하러 온 컬렉터보다 단순히 보러 온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조현화랑 최재우 대표는 9일 폐막 후 통화에서 “이배·김종학·윤종숙 등 개막 전 예약된 작품들이 팔리고, 현장에서는 소품만 2점 더 팔렸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데다 구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등 유명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세계 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남짓이다(아트바젤&UBS ‘미술시장 2023′ 보고서). 전통적으로 컬렉터 층이 두껍지만, 대부분 고미술이나 서양 근대미술에 관심이 많고 현대미술 시장에선 뒤처져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아트페어에 처음으로 보세(保稅)를 허가해주며 미술 시장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해외 화랑이 작품을 일본에 반입할 때 10% 부과되는 판매세를 미리 지불하지 않고, 실제 작품이 팔리면 내도록 유예한 것이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6일 아트페어를 찾아 전시장을 둘러봤다.
40대 이하 젊은 컬렉터들의 등장으로 장기적 전망이 밝다는 예측도 있다. 일본 독립 큐레이터 구쓰나 미와씨는 “고미술에만 관심 있는 기존 컬렉터와 달리 이들은 동시대 아트에 관심이 많고, 이번 페어도 이들이 주요 타깃”이라며 “MZ세대 컬렉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아트넷뉴스는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부유한 젊은 기업가들 사이에서 현대미술품 수집이 유행이 됐고, 세계 3대 메이저 경매사 모두에서 일본의 입찰이 늘었으며, 일본 딜러들은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매출이 28% 증가했다”고 썼다.
2014년 도쿄에 지점을 낸 미국 블룸앤드포 갤러리의 팀 블룸 대표는 “지난 5년간 일본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것을 봐왔다”며 “학구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는 젊은 컬렉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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