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05] 영암군의 독천(犢川) 낙지
경상도는 문어를 좋아하고 전라도는 낙지를 좋아한다. 문어는 뜨거운 물에 삶아서 먹지만 낙지는 삶지 않고 산낙지로 먹기도 한다. 부드러운 산낙지를 먹을 때 입천장에 낙지의 흡반이 달라 붙는 느낌은 굉장히 야성적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들이 산낙지를 통째로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맛있다!’를 연발하는 식사 매너를 어색해한다.
산낙지가 효력을 발휘하는 상대는 또 있다. 바로 집에서 키우는 한우이다. 소가 힘이 없어 비실비실한다 싶으면 산낙지를 소에게 먹인다. 그러면 벌떡 힘이 솟는다. 낙지 먹은 소가 벌떡 솟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낙지는 보양식이다’라는 주장을 편다. 이질적인 낙지와 소의 결합. 영암군의 독천(犢川)이라는 지명은 소와 낙지의 결합을 상징한다. 독천은 1970~80년대까지 유명한 낙지의 산지였다. 영산강 지류이면서 바로 옆에 문수포라는 바다 포구가 있는 지형이다.
‘독천 낙지’는 전남 일대에서 알아주는 낙지였다. 부드러운 펄낙지였다. 바닷가에 돌이 많은 지역에서 나오는 낙지를 돌낙지라고 한다. 돌낙지는 좀 질기고 펄에서 나오는 펄낙지가 훨씬 부드러워서 사람들은 펄낙지를 고급으로 친다. 그런데 낙지 산지의 지명에 ‘송아지 독(犢)’ 자가 들어 있는 것이다. 독천에는 또 소를 파는 규모 큰 우시장이 북적거렸다. 상인으로 유명한 강진군의 병영 상인들도 여기에서 소를 사 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 독천의 우시장은 풍수지리적 이유가 있어 일부러 조성한 것이었다. ‘비보풍수(裨補風水·풍수적 결함을 보완하는 것)’의 일환이었다. 독천의 우시장 바로 건너편에는 비래산이라고 하는 야트막한 야산이 있다. 이 비래산에는 여근혈(女根穴)이라는 명당이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여근곡(女根谷)은 큰 규모이고 여근혈은 작은 경우에 해당한다. 양쪽 봉우리가 여성의 엉덩이 모습이다. 가운데에 샘물이 있고, 그 샘물 위쪽에 경주 이씨들이 묘를 썼다. 자손들이 번창하는 발복은 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집안에서 풍기 문란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성적인 문란을 어떻게 방비할 것인가? 소를 방패로 써야겠다! 우시장을 만들어서 소 떼로 하여금 여근혈의 기운을 누른다는 발상이었다. 소를 사고파느라 많은 남자가 장터에 들락거리면 이 또한 비보(도와서 보충함)가 된다. 효과는 있었던 모양이다.
필자는 비래산 양쪽 봉우리가 과연 사람 엉덩이처럼 생겼는지 보려고 독천 우시장 터에서 서성거려 보았다. 숲이 우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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