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스트롱맨의 최후
진(秦) 나라 재상이던 상앙(商鞅)은 매섭고 사나웠다. 그는 “형벌이 형벌을 없앤다”라고 굳게 믿었다. 작은 잘못도 크게 처벌해야 사람들이 겁먹고 법을 지키게 된다는 뜻이다. 상앙은 인간의 선함도 믿지 않았다. 상과 칭찬으로 구슬린다 해도 사람들이 뜻대로 움직이리라는 보장이 없다. 반면, 처벌의 효과는 확실하다. 시킨 일을 안 했을 때 엄청난 불이익을 준다면, 그것도 누구도 예외 없이 반드시 벌을 준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상앙은 상벌의 지침도 내렸다. “벌과 상의 비율을 9대 1로 하라.” 사소한 잘못도 반드시 처벌하되, 상은 확실한 실적이 있을 때만 주라는 의미다. 진 나라에서는 전쟁에서 공을 세우거나 농사에서 수확을 크게 거두는 것 빼고는 칭찬받을 일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상앙은 대륙의 변두리 국가였던 진나라를 중원의 절대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다스리는 나라는 효율적인 기계 같았다. 도둑도 사라졌고 법질서는 바로 세워졌다. 이쯤 되면 왜 많은 사람이 ‘스트롱맨(strongman)’에 끌리는지 이해될 듯싶다.
하지만 스트롱맨의 인기는 대부분 짧은 기간에 그친다.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강제로 하는 야간 자습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평생을 자습실에서 억지 학습을 하며 보내고픈 사람이 있을까? 먹고살 만해지면 인간은 통제보다 자율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래서 스트롱맨은 끊임없이 백성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내린다. 자유를 꿈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계속 전쟁을 벌이고 민생과 상관없는 엄청난 국가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곤 한다.
그래서 스트롱맨들의 마지막은 별로 좋지 못했다. 상앙은 결국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사지가 찢겨 죽었다.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진시황의 제국도 이십 년 못 가 무너졌다. 그렇다면 북쪽 나라 ‘로켓맨’의 처지는 어떨까? 그가 다스리는 나라에선 공개 처형이 일상이다. 인민들도 굶어 죽을 판이다. 그런데도 왜 값비싼 ‘군사 위성’을 쏘아 올리려 할까? 스트롱맨의 마지막이 보인다. 역사에서 지혜를 찾기 바란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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